104. 까마귀의 마음
제목:까마귀의 마음
글: 베른트 하인리히
번역: 최재경
독서기간: 2016.07.01~07.11
민서, 명서야...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불길함의 상징인 까마귀, 그중 도래 까마귀에 대해 쓴 책을 보았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까마귀를 보면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는 미신이 있는데 북유럽에서는 까마귀를 좋은 징조로 보았다구나. 그 이유는 까마귀들이 하늘에서 사냥감을 보고 알려줬다는 이야기도 있고 북유럽 신의 어깨에 도래 까마귀와 곁에 늑대가 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까마귀는 정말 불운의 상징일까? 아니면 색깔이 검은색이어서 음흉하다는 인상 때문에 그런 믿음이 생긴 것일까? 아빠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까마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까마귀가 부모도 봉양하는 새라는 거야. 동물 중에... 요즘까지 보면 어쩌면 몇몇 인간보다 훨씬 더 훌륭한 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이 책이 도래 까마귀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연구를 진행한 베른트 하인리히야. 그는 도래 까마귀를 연구하기 위해 아주 먼 곳까지 가서 그들을 관찰하고 사육장을 지어서 도래까마귀를 기르면서 또는 야생 까마귀들을 연구하며 몇십년을 바쳤단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학술서일까 하면서 약간 지루함이 묻어나기도 했지만 그가 연구를 하게 된 동기라든가 방법을 상세히 전하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나갔어. 책 페이지가 많아 읽는데 좀 오래걸렸지만 거의 다 읽었을 때는 왠지 아쉬움이 남더라고. 그가 연구한 장소인 메인주, 버몬트의 사육장에 있다가 갑자기 여기 서울에 있는 느낌은 아빠가 연구하는 동안 메인주에 있다가 꿈에서 깨어난 느낌이랄까....
베른트 하인리히가 도래까마귀를 연구하기 위해 죽은 소나 사슴을 놓아두면 도래 까마귀는 바로 먹지 않는다고 해. 도래까마귀는 의심이 많다고 해. 그래서 늘 늑대나 인간과 짝을 이뤄서 늑대나 인간에게 사냥감을 알려주고 그 사냥감을 함께 나눠먹는다고 해. 자신의 이익과 남의 이익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도래 까마귀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일 거야. 그래서 늑대가 사냥감을 먹고 있으면 바로 와서 먹지만 아무도 먹지 않는 사냥감은 하루고 이틀이고 확인한 후에 안전하다는 확신이 생기면 먹는다고 해.
그런 겁 많은 도래 까마귀가 늑대나 곰, 독수리의 꼬리를 과감히 잡아당기는 것은 또 다른 도래 까마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
도래 까마귀는 한번 부부가 되면 아주 오랫동안 함께 다닌다고 해. 그리고 각각의 개체를 알아보고 그 개체가 적인지 우군인지를 판단한다고 해. 베른트 하이리히는 도래까마귀의 지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상당히 지능적이라는 거야. 이런 내용들을 학술지에 게재 하려 했지만 다른 학자들이 기존의 연구결과에 반한다거나 다른 이유를 들어 몇번이고 거절을 당했다고 해. 민서, 명서야... 인간은 늘 기존의 학설을 뒤집으면서 발전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하지만 그 과정이 정말 만만치 않단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학술지에 자신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좌절을 했겠지만 오히려 그는 도래까마귀와의 사이에 어떤 제약도 없이 우정을 즐긴것 같아.
지역에 따라 도래까마귀의 성격과 모습이 약간씩 다르다고 해. 어떤 지역의 도래까마귀는 겁이 많은 반면 또 어떤 지역의 도래까마귀는 공격적이기도 하고 말이야. 도래까마귀는 서로 간에 울음과 몸짓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무리에서 대장이 되기 위해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여타 동물과 비슷해. 하지만 이들의 목적을 위한 전략을 세우거나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임기응변 또한 상당히 지능적이야.
이렇게 도래 까마귀와의 우정 속에서 베른트 하인리히는 야생의 세계로 돌아가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골리앗을 다시 보며 이런 이야기를 해.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인간과 전혀 다르면서도 가까운 존재의 세계와 고뇌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덕분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나는 또한 여명과 일몰의 순간을 수없이 지켜보았고 눈보라와 폭우 속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고, 고동치는 삶과 고요한 죽음의 순환을 체감했으며, 새로운 인간의 우애를 발견했고, 오래된 마음의 상처를 잊었고, 열정과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민서, 명서야...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글이야. 우리나라 사람들 중 정말 자신이 일하면서 행복함을 느끼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빠가 다시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 시절에 아빠가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야.... 아빠는 좀 늦게 깨달은 것 같아... 아직 깨달을 것이 아주 많지만 말이야.... 이런 교훈들은 너희들에게 꼭 주고 싶구나.... 사랑한다 우리 민서, 명서!
2016.07.12.13:20... 민서는 학교 가고 명서는 유치원에....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