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쁨 독서 이야기

649.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2020)

Jinnyboy 2025. 3. 15. 18:31
반응형

 

 

◎ 책을 읽으며 과연 나는 정상적인 정신의 범위에 있는 사람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책

 

 지은이: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제목: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The Ma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번역: 조석현

 그림: 이정호

◈ 출판사: 알마

 출간 연도: 2020.05.15

◈ 원문 출간 연도: 1985.

◈ 페이지: 총 393면

 독서 기간: 2025.03.12 ~2025.03.18

 

 

민서, 명서야~ 오늘은 여러 정신적 문제를 가진 환자를 진료하며 문제점의 원인과 치료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경험을 나눈 책을 읽기 시작했어.

지은이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지만 의사 활동은 미국에서 했어.

지금 책을 전부 읽지는 않았지만 그의 문장력에 감탄하게 된단다.

어려울 수 있는 분야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또한 문장의 수준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어.

이런 고급 문장 뿐만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카리스마 있는 의미를 뿜어내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 주고 있어.

 

1부_상실

이 장에서는 정신적으로 뭔가를 상실한 환자들에 대해 구술하고 있어.

이 책의 제목은 첫 이야기에서 등장한단다.

지적이고 뛰어난 성악가 P선생은 세세한 특징은 잘 알아차리지만 사람의 얼굴이나 전체적인 윤곽은 구분을 하지 못했어.

심지어 아내의 머리를 모자로 착각하고 착용하려 했지.

그의 인지력에 문제가 있었던 거야. 이런 한 부분의 결핍이 그를 정상적으로 살아가는데 방해하는 것을 보면 수많은 기능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기관에 단 한 가지의 기능 결핍이 절망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은 왠지 모를 공포심을 만들어 낸단다.

 

<길 잃은 뱃사람>에서도 과거의 기억은 정확하게 묘사하지만 일정 시간 이후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지미. G라는 환자에 대해 나오는데 그는 과거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이 밖에도 항생제를 맞고 몸의 연결 기능을 모두 잃어버린 크리스티너나 한 쪽 다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환자 등 몸은 정상이지만 뇌와 육체 연결의 문제가 얼마나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지 알 수 있어.

 

 <매들린의 손>에서 나온 것처럼 평생 팔을 사용할 수 없었던 매들린은 오직 극심한 허기로 팔을 뻗어 도넛을 집은 것을 시작으로 결국 전문적 예술가로 성장했어.

매들린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느끼는 결핍이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아빠는 오히려 풍족이라는 나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지는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단다.

 

<대통령의 연설>은 어쩌면 언어상실증 환자들이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박장대소하고 있는 장면은 오히려 정상인들이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 언어상실증 환자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신 찡그린 얼굴, 꾸민 표정, 지나친 몸짓,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박자로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디엔가 속고 싶어한다는 표현은 너무나 정곡을 찔러서 놀랐단다.

 

2부_과잉

과거에 신경학에서는 기능을 하느냐 못하느냐에만 관심을 두었고 과잉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해.

<익살꾼 틱 레이>의 주인공 레이는 20년 이상 틱을 가지고 있는 투렛 증후군을 가지고 있었어. 성격의 조급함과 과도한 즉흥적 도취감으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어.

하지만 이런 현상은 또 레이를 살아가게 했어. 즉흥적이고 환상적으로 바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갈채를 받고 탁구를 칠 경우에도 예상치 못한 스매싱을 날렸기 때문이야.

과도한 도파민을 억제하기 위해 할로페리돌을 투여하자 위의 재능들이 사라졌어. 그리고 우울함도 생겼지.

그는 적극적인 의지로 평일에만 할로페리돌을 투여하고 주말에는 익살꾼 레이로 또 명성을 떨치며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하니 현명한 선택이구나.

 

불행한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어. 바로 <정체성의 문제>에 나오는 톰슨 씨야.

그는 잃어버린 진실의 정체성을 만회하기 위해 실제와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허구의 이야기를 생성해 냈어.

그런데 아빠는 이런 허구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그렇게 만드는 재능은 보기드물다는 생각도 해.

위대한 이야기 작가들은 위와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도 들어.

자신에게 빠진 정체성을 각성하고 있는 환자와 전혀 이를 깨닫지 못하는 환자 중 누가 더 행복한 것일까?

 

저자는 환자의 상태에 최적화된 병원보다 그들의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투렛 증후군 환자를 보며 더 많은 정보와 병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했어. 그들의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일어나는 발작은 환자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했어.

그러나 코르사코프 증후권 환자는 자신의 비참한 상태를 지각하지 못하지만 투렛 증후군 환자는 잔인하게도 이를 정확히 자각한다고 해.

 

3부_이행

<회상>에서 관자엽부근의 이상으로 머릿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환자에 대해 나오고 있어.

M부인은 이런 현상을 끔찍히 혐오하여 빨리 낫기를 바랐어.

C부인은 자신이 태어나기 전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5살에 다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어. 

그러네 어느날부터 머릿속에서 음악과 함께 이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 거야.

88살의 C부인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정체성을 찾은 거지.

어린 시절의 마을 모습과 자신을 사랑해 주는 어머니의 손결. 그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이 다시 살아났으니 병에 걸린 것이 오히려 그녀가 생기를 되찾도록 도와준 거야.

자신이 사랑받았다는 기억은 어쩌면 평생의 버팀목으로도 대체 가능하니까.

 

바가완디 P.처럼 자신의 고향의 모습을 보며 죽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행복한 표정이었다고 하니까.

 

도널드처럼 끔찍한 사건도 있어.

그는 약물에 취해 여자친구를 살해했지만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어.

그런데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다른 차량이랑 사고가 나면서 뇌를 다쳤는데 살인의 과정이 모두 기억이 난 것이야.

그 기억은 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을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

 

힐데가르트가 본 성스러운 환영은 편두통과 함께 한 것을 보면 도스토옙스키처럼 간질 증세로 인한 것일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토록 많은 환영을 보았던 그 많은 사람들의 뇌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4부_단순함의 세계

여기에 나오는 리베카, 마틴 A., 쌍둥이 형제는 지능이 낮지만 어떤 한 방면에는 천재적 재주가 있었어.

이런 재능이 일상생활과 괴리가 있을 시에는 그저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저능아일 뿐이야.

그렇지만 이런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잘 열어준다면 이들은 일반인들보다 뛰어난 문학적, 음악적, 수리적 감각을 보여주면서도 충실한 삶 또한 살아냈어.

이런 장면에서 저자 올리버 색스의 인간적 모습을 엿볼 수 있단다.

그는 신경학의 단편적인 방법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연구해야 할 과제들을 풀어내려 했어.

이는 신경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이 들어.

민서, 명서야~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습관은 풀리지 않는 문제의 답을 알려주기도 한단다!

 

특히 자폐증을 가진 예술가 부분에서는 저자가 얼마나 깊은 인간애와 신뢰를 쌓고 있는지 느낄 수 있어.

의사는 이들에 대한 객관적 검사로 모든 것을 결론 내리지만 사실 어느 환자이든 의사의 심리적 위로가 무척 도움이 된단다. 그럼에도 자폐증 환자는 이런 취급을 받으면 회복되기도 어려운 기질을 가지고 있어.

아빠도 이 부분을 읽으며 사람들이 당연히 취급하는 것들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다시 한번 올리버 색스의 인간미에 무한한 존경심이 생기는구나.

우리는 누구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꺾을 자격이 없단다.

 

2025.03.18.화.20:32..... 우리 민서가 길고도 깊은 터널에서 차분하게 빠져나오길 바라는, 사랑하는 아빠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