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명심보감
글: 노당 추적
그림: 김문선
독서기간: 2016.04.04~04.07
민서, 명서야... 오늘은 늘 이름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정작 내용은 모르는 《명심보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먼저 이 책 《명심보감》은 원본이 아닌 초략본이야. 초략본은 원본의 3분의 1 분량이야.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노당(露堂) 추적(秋適)이라는 증거가 전혀 남아있지가 않아. 그저 그의 후손이 노당이 지었을 거라 주장했는데 언제부턴가 그가 지은 것으로 인정이 되었다고 해.
하지만 노당은 예사 인물은 아니야. 그의 생몰년은 1246(고종 32년)~1317년(충숙왕 4년)으로 알려져 있는데 생몰년이 확실치 않다는 설도 있어. 15세 때인 1261년(원종 2년) 문과에 올라 안동 서기, 직사관을 거쳐 좌사간에 올랐어. 15세라면 아빠는 ㅎㅎ.... 그리고 간신들의 모함으로 잠시 험한 일을 겪었다가 풀려나 지방 관리로 근무했고 그 후 다시 중앙에 올라와 민부 상서, 예문관 제학을 역임했어. 이어 충선왕(1298, 1308~1313) 때 문하시중에 제수되었으니, 이 정도면 고급 관료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이지. 또한 우리나라에 주자학을 도입한 안향의 제자로서 이성, 최원충 등과 함께 관리와 생원들에 대한 유학 교육을 담당했어. 또한 우탁, 백이정 등 당대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유학 진흥에 크게 이바지했으니, 당시 주자학의 보급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지.
그는 양지 추씨의 시조이고 그의 일가는 귀화한 중국인 집안이야. 그의 할아버지 추엽은 송나라 고종 때 문과에 급제해서 높은 벼슬을 하다가, 고려 인종 때 우리나라에 들어와 함경도 함흥 연화도에 살았다고 해. 노당의 아버지인 회암 추황 역시 손꼽히는 학자였다니, 노당 집안의 학구적 가풍이 짐작이 가네. 후손들의 이력도 이채로워. 추적의 손자 덕암 추유는 고려 공민왕 때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정국이 계속되자 동생 추협과 함께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는데, 거기서 명나라 태조를 도와 개국공신이 되었고 호부상서라는 벼슬을 지냈어. 추유의 5대손인 세심당 추수경은 명나라 신종 때 우리나라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신종에게 청하여 이여송의 원군을 출병하게 하였고, 자신도 별동대장으로 아들 5형제와 군사 5,000명을 이끌고 참전했어. 추수경은 평양성 탈환과 진주성, 동래성 전투에서 큰 업적을 세웠지. 추수경은 1년 후 전주 전투에서 당시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되어 있던 전주 사고를 지키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왜군의 조총 기습을 받고 중상을 입었어. 그 당시 왜란으로 조선 전기의 4대 사고인 서울 춘추관과 충주, 성주, 전주의 사고 중 전주 사고의 실록만 간신히 보존되고 나머지는 모두 소실되고 말았단다. 추수경은 총상의 후유증으로 결국 1600년 숨졌지만 공로를 인정받아 호성공신에 봉해지고 완산부원군이라는 최고의 벼슬도 받았지. 그리고 그 마을을 추동이라 부르게 했는데 지금까지도 마을 이름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단다(봉동읍 추동 마을). 지난 2004년에는 완주군이 추수경의 묘역(전북 지방문화재 94호)을 새로 정비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어.
노당은 사리사욕이 없고 덕망이 높아 백성들이 존경하는 인물이었나 봐. 중국에서 왔지만 그의 조상부터 후손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집안이었어. 우리 가족은 어떨까? 우리 민서, 명서의 증조 할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시고 친할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셔서 우리 집안이 어땠는지 듣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워. 하지만 친척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너희들 증조할아버지는 책을 베개 삼아 주무실 정도로 책을 끼고 사셨다고 해. 우리 집안의 내력을 잘 모르지만 아빠부터라도 열심히 남기려 하니 너희들도 너희들의 역사를 잘 써 내려가고 자식들에게 잘 전해 줘...
이제 명심보감에 대해 알아볼까? 우선 이 책은 선현들의 금언이나 명구, 교훈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놓았다는 게 특징이야. 하늘의 섭리, 자기 성찰, 인간관계 등 개인 수양에 관한 것부터 가정, 사회, 국가를 다스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주제별로 주옥같은 말들이 담겨있지. 그렇다고 따분하고 뻔한 이야기만 있는 줄로 생각하면 오해야. 아빠가 살아오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어른들이 말하는 그 뻔한 이야기들이 진리라는 거야. 늘 아빠가 실패를 맛보고 난 후 뒤돌아 보면 어른들이 매번 말씀하시는 것들을 무시했기 때문에 실패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 따분한 이야기들이 너희들의 마음을 살찌운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라.
이 책이 쓰인 지 수백 년이 흘렀는데도 오늘날까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여기 수록된 금언들이 그만큼 보편성을 갖고 있고, 수양을 쌓고 교양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걸 의미해. 사람들의 고민거리와 관심사도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고 말이야.
대략적인 요지를 살펴 보면 계선(繼善) 편에서는 권선징악의 구도에 입각해서 선행을 권장하고 있어. 천명(天命) 편에서는 선을 행하는 것이 곧 하늘의 명을 받드는 것임을 밝히고 있지. 순명(順命) 편에서는 생사 부귀가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욕심을 버릴 것을 강조하고 있고, 효행(孝行) 편에서는 부모의 은혜와 자식의 도리를 설명하며 효행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어. 정기(正己) 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늘 행동을 삼가고 통제하여 자기를 바르게 세우라고 강조하고 있고, 안분(安分) 편에서는 매사에 탐욕을 버리고 분수를 지켜서 안분지족을 누리라고 강조하지. 존심(存心) 편은 늘 겸손하고 자신을 반성하고 경계하여 마음을 잘 보존하라고 당부하는 내용이야. 이어서 계성(戒性) 편은 인간 본연의 성품을 보전하기 위해 인내하여 인정을 베풀라는 내용이고, 근학(勤學) 편은 어려서부터 부지런히 배워야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지. 훈자(訓子) 편에서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자식을 엄격하게 교육시키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어. 한편 성심(省心) 편은 책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분량이 많은데, 늘 마음을 성찰하는 것이 본연의 성품을 보존하는 길이니, 흥망성쇠가 계속되는 이 세상에서 항상 절제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점검하라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지. 그다음 입교(立敎) 편에서는 삼강오륜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방면에 걸쳐 그 근본이 되는 도리를 설명하고 있어. 충효를 강조하고, 신중한 처신과 노력을 당부하고 있지. 치정(治政) 편은 정치의 요체는 애민에 있다는 전제 아래 관리들이 지녀야 할 청렴, 신중, 근면 등의 덕목을 담고 있어. 치가(治家) 편에서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원칙과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고, 안의(安義) 편에서는 인륜의 시작과 부부, 부자, 형제의 삼친(三親) 관계를 설명하며 인간관계의 틀을 보여 주고 있어. 준례(遵禮) 편에서는 예야말로 사회를 유지시키는 근본이자 규범이라며 예의 실천 방법을 알려 주고 있고, 언어(言語) 편에서는 말로 화를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늘 말을 삼가고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하고 있어. 교우(交友) 편에서는 친구를 가려 사귀고, 서로 신의를 다해 참된 우정을 쌓으라고 강조하고 있고, 부하아(婦行) 편에서는 가정에서 아내가 해야 할 역할과 아내가 갖추어야 할 덕을 밝혀 놓았어. 결론적으로 이 책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하늘의 섭리를 알고 자신을 반성하여 인간 본연의 양심을 보존함으로써 숭고한 인격을 닦으라는 거야.
민서, 명서야... 내용을 대략 보면 모두가 다 뻔한 이야기들이지만 이런 뻔한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기에 아직 사회가 혼란스럽단다. 이런 뻔한 내용들이지만 정치인들도 재벌들도 그리고 서민인 우리들까지도 말이야... 참 뻔하지만 지키기는 뻔하지가 않단다. 이런 내용들은 살아가는데 우리 삶의 근본이 되는 이야기이니 천천히 잘 읽어보고 내가 고쳐야 할 생각과 행동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렴.
2016.04.09. 10:55.... 민서, 명서는 과일을 먹고 있을 때...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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