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
글: 천종식
독서기간: 2019.04.25~2019.04.29
민서, 명서야~~ 오늘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구를 지배할 만큼 많은 미생물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어. 지구에 처음 생명체가 생겼을 때 지구에는 산소가 없었어. 약 30억 년 전쯤에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의 일종인 시아노 박테리아가 나타났어. 이 미생물의 출현은 지구 생물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의 기폭제가 되었어. 지구에 드디어 산소가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이후에 시아노 박테리아의 지속적인 역할로 지구의 산소 농도는 점점 증가해서 8억 년 전쯤에는 지금처럼 약 20%에 이르게 되었다고 해. 생명의 계통수에 따르면 지구 생물체는 뿌리가 되는 원시 조상 생물로부터 크게 3개의 큰 가지인 박테리아, 이케아, 진핵세포군으로 진화했어. 그야말로 미생물은 지구 역사의 산 증인이야.
그 중 우리 인간의 몸속에도 아주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어. 우리 명서는 손가락을 너무 빨아서 미생물이 엄청 명서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있을 거야. 그중 우리의 위에는 산도가 너무 높아 미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데 단, 헬리코박터균은 산도가 낮은 위장의 벽에 붙어 살아가며 위염 및 위암을 일으킨다고 해. 헬리코박터균은 옮길 수 있는데 찌개를 함께 먹는 습관 때문에 서양보다 한국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아. 아빠도 어릴 적에는 할머니가 김치를 쪽 빨아서 아빠에게 먹였는데 말이야...ㅎㅎ
대장은 그야말로 미생물의 거대 사회란다. 대장에 약 500종류의 미생물이 있다고 하니 말이야. 그래서 유익한 미생물과 해로운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평소에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질환을 일으키는 것들도 있어. 그래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나 봐. 미생물을 섭취하여 우리 몸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프로바이오틱이라 하고 새로운 개념의 미생물 의약품이야.
다음은 미생물 주방장 이야기야. 미생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음식은 아주 많고 또 아빠가 좋아하는 것들이 아주 많아. 빵, 요구르트, 치즈,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 식초, 술 등 지금 우리가 아주 많이 먹는 것들이야. 인간이 가장 먼저 만든 술은 포도주야. 포도주는 구약성서 속의 노아가 방주에서 내려와 맨 처음 한 일이 아라라트산기슭에서 포도를 재배한 것인데, 그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어 마시고 취해서 잠들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해. 술에는 양조주와 증류주, 재제주로 나뉘는데 양조주는 과일에 있는 단당류를 바로 발효시키거나, 곡물에 있는 녹말을 당화 시킨 다음 발효시킨 것이고 증류주는 양조주를 증류하여 알코올의 농도를 높인 술이야. 그리고 재제주는 증류주나 양조주에 향료, 약초, 초근목피 등을 첨가하고 설탕이나 꿀 등을 당화 하여 만든 술이야. 우리의 전통음식 중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에는 유산균이 활동하여 만들어진 거야. 가장 맛이 있을 때가 유산균이 가장 많을 때라고 하는구나. 우리 민서가 김치의 맛을 알아야 하는데 말이야. 아빠가 나중에 한적한 곳을 가면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구나. 물론, 음식 속에 숨어들어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을 퍼뜨리는 미생물들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지.
전쟁에서 사람들의 공포 대상은 최신식의 무기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무서운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생물학무기야. 생물학무기는 눈에 보이지 않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인 질환에 감염이 되기 때문에 더욱 공포심이 생길 거야.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난 2001년 9.11 사태 이후 탄저균 테러가 일어나기도 했었어.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생물학무기에 대한 공포심은 극에 달했었지. 천연두의 주요 증세는 고열과 전신에 나타나는 특유의 발진으로, 전형적인 천연두는 2주 이내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갑자기 발열과 두통, 요통을 일으켜. 천연두에 걸리면 치사율이 30%고 완치가 되더라도 얼굴 등에 '마마자국'이 남기도 해. 천연두는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한번 발생하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감염될 때까지 유행한다고 해. 아빠가 읽어보려는 책 《명상록》을 쓴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도 당시에 하루 2천 명씩 사망한 천연두의 희생자였어. 하지만 영국인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1796년 창시한 종두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천연두는 사라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미국과 소련에서 연구목적으로 천연두 바이러스를 연구소에 보관하면서 이 무서운 천연두는 언제 인간에게 살인자로 다가올지 모른단다. 무서운 점은 컴퓨터에 있는 유전체 정보만 있다면 이런 바이러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란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전하지만 결국 인간에게 큰 재앙으로도 다가올 수도 있단다.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이즈는 한 때 세계에 엄청난 공포를 몰고 왔어. 에이즈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사회적 편견을 몰고 와 에이즈 환자는 양지로 나오지 못했지. 에이즈는 침팬지 SIV가 인간에게 옮겨온 것으로 보고 있어. 그래서 남아프리카에 에이즈 환자의 70%가 있다고 해. 예전에 TV에서 아프리카의 아기가 엄마로부터 에이즈를 물려받아 에이즈에 걸린 것을 보며 안타까웠던 적이 있었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는 레트로바이러스의 한 종류라고 해. 그런데 1983년 5월에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몽타니에 박사팀은 에이즈와 관련 있는 바이러스를 환자로부터 분리했다고 발표하고, 이를 LAV라고 불렀어. 그리고 이 바이러스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고, 확인을 위해 LAV 샘플을 미국 국립 암연구소의 갈로 박사에게 보냈어. 이듬해인 1984년 4월 23일에 미국 국립 암연구소의 로버트 갈로 박사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최초로 분리했다고 선언했어. 몽타니에 박사는 갈로 박사가 자신의 연구를 훔쳤다고 주장했지. 그리고 진흙탕 싸움을 했지만 결국, 둘은 화해했다고 해. 만약 이런 싸움이 없었다면 노벨상도 탔을 것이라고 예측이 되고 있어. 학자들은 몽타니에 박사가 최초의 발견자라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해. HIV는 돌연변이 DNA를 많이 증식하기 때문에 표적 되는 대상이 여러 개여서 치료제를 만들기도 어렵다고 해. 그래서 칵테일 치료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치료제를 섞어 치료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이것도 전 세계 5% 부자만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가난함이 가장 싫을 때가 돈이 없어 병을 치료를 받지 못할 때인 것 같아. 사람의 생명이 돈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부'쪽으로 너무 기울어진 듯싶구나. 결국, 제약회사들은 아프리카의 치료제 가격 인하 요구를 외면하며 보츠나와 같은 경우 평균수명이 39세라고 하는구나.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야....
2002년 사스의 등장으로 아빠 회사는 큰 타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가도록 요청받기도 했었으니까 말이야... 사스가 정말 무서운 것은 전염성이 굉장히 강하다는 거야. 사스 바이러스는 중국 남부의 사향고양이, 오소리, 너구리에서 사람에게 전염된 듯 해. 이 지역에서 사스가 발생했을 때 30% 이상이 이러한 동물을 직접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구나. 사스를 전 세계로 퍼뜨린 사람은 광둥성 중산의대 신장기 질환 전문의사인 류지앙 교수야. 류 교수가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모른 채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 메트로폴 호텔 9층에 투숙했는데 같은 층의 투숙객 16명 이상에게 사스 바이러스를 옮겼어. 그리고 이들이 각자의 고국인 베트남, 캐나다, 싱가폴로 돌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 바이러스를 옮겼어. 심지어는 33세의 만성신장병을 앓고 있던 한 남성이 홍콩 아모이 가든 아파트에 살던 동생 집에 방문하여 설사 증상이 있어 동생 집의 화장실을 이용한 것이 그 아파트에 살던 약 3백 명이 사스에 감염되는 엄청난 사태가 벌어진 것도 있어. 중국의 유라는 이름의 27세 여성도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베이징의 한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이것이 3일 만에 2천5백 명 이상의 사스 환자가 발생하고, 175명이 사망했다고 해. 아이러니하게도 이 여성은 완치되어 고향으로 갔다고 하는데 얼마나 죄책감에 짓눌리며 살고 있을까 싶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응해야 해.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신통한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없듯이, 사스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해.
조류독감은 독감 바이러스의 변종이 인간에게 큰 타격을 준단다. 독감 바이러스 유전체 바깥으로 독감 바이러스가 만드는 HA(헤마클루티닌)와 NA(뉴라미니다제) 단백질이 돌출되어 있어. 이 HA와 NA의 여러 가지 조합이 변종 독감 바이러스를 만들고 이것이 숙주인 철새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며 다른 숙주에게 옮겨 간단다. 그런데 조류에서 인간으로 직접 독감 바이러스가 옮지는 않고 조류가 돼지에게 그리고 돼지가 인간에게 이 바이러스를 옮긴단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무려 5천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고 하니 세계대전의 몇 배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끼쳤다고 하는구나.
광우병은 소의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나고 서있지도 못하는 병이야. 이것은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양모를 생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산업 중의 하나로 부각되면서 시작되었어. 영국의 농부들은 교배를 통해 우수한 품질의 양모를 얻기 위한 육종을 하는데 근친 교배를 많이 해서 불량 유전자가 축적되면서 양 중의 일부가 몸을 자주 긁고 비틀대다가 결국 죽어버리는 스크래피가 생겼어. 그런데 스크래피에 걸린 양을 소의 사료로 쓰면서 광우병이 생긴 거야. 그리고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은 사람에게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즉 인간광우병이 찾아왔어. 인간광우병은 치사율이 100%야. 특이한 점은 바이러스가 아닌 프리온이라 불리는 단백질이 이 병을 일으킨다는 거야. 지금까지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킨 것은 바이러스인데 단백질이 이런 병을 일으킨다는 발견을 한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에게 처음에는 냉랭한 반응만이 왔을 뿐이야. 하지만, 결국 스크래피, CJD 모두가 단백질인 프리온에 의해서 전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
이 책을 읽어보니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인 것 같아. 다만, 어떤 바이러스가 다가올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지. 우리나라는 미생물에 대한 지원이 아직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듯 해. 그래서 이런 바이러스가 생기면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야. 이런 식이면, 언젠가 우리에게 찾아올 바이러스에 신속히 대처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걸리고 피해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도 있어. 아빠도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미생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는 계기가 되었어. 우리가 고마운 미생물은 잘 이용하고 얄미운 미생물은 현명하게 잘 막아야,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구나. 민서, 명서야~ 이렇게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어 무척 기쁘구나... 너희도 이런 기쁨을 느껴보기 바란다~~~
2019.04.29.19:06... 민서, 명서는 저녁 식사하고 있을 때.....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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