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조선참모실록
글: 박기현
독서기간: 2021.04.13~2021.04.17
민서, 명서야~~ 오늘은 나라를 운영하는 최고 권력자도 중요하지만 그 옆에서 조언과 실행력으로 국정 운영의 핵심을 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어. 역사나 현대의 재벌 기업들을 보아도 최고 권력자도 중요하지만 참모 또한 그 옆에서 조언과 아랫사람들에게는 모범을 보이며 부강한 나라나 기업을 만든 인물들이 많아. 대표적으로 얼마 전에 읽었던 《정관의 치》에서 당나라의 태종과 위징은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야.
참모의 역할이 현대와 다른 점은 까딱하면 목이 달아난다는 거야. 전제 군주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목을 치기 때문에 왕에게 조언하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이었을 거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고려조에 충성을 다했기 때문에 조선의 정치 세계에 뛰어드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맹사성은 가급적 정치적인 문제에 얽히지 않으려 노력했어. 왜냐하면 자신의 가족 문제로 비화되어 멸족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는 중도 노선을 선택했지. 이것은 현대에서도 아주 중요하다고 아빠는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어. 회사 내에서 누구 라인이면 승진이 더 잘된다고 하지만 그 라인을 끌어주던 사람이 무너지면 같이 무너지지 않겠니. 그래서 아빠도 늘 중립을 지키려 한단다. 일부는 아빠가 순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빠는 누구의 라인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
기묘사화로 집안의 남자들이 모두 죽어 몰락한 양반의 후손인 이준경도 이런 현상을 보며 정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거부했지. 하지만 어머니 신 씨와 종형 이연경은 아래와 같이 말했어.
"준경아, 내가 너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남아 대장부는 마땅히 갈 길이 있어야 한다. 한번 뜻을 세웠으면 죽음을 맞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해서 죽음을 맞아야 하더라도 그 길을 가는 것이 옳은 일이다."
아빠는 위의 문장에서 역시 세상이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내가 생각한 옳은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 번 더 가슴에 새겼단다. 올바른 가치관으로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아빠에게는 세상에 나온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퇴계 이황처럼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것보다 선비의 자세를 몸소 보여주는 것은 아빠가 하고 싶은 것이기도 해.
이준경이나 이원익은 영의정까지 지낸 인물이지만 은퇴한 후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어. 이것이 말이 되는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과 왜 지금은 이런 청백리를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당이건 가릴 것 없이 평범한 사람만 돼도 청백리로 불릴 정도니.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온갖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너무 많아 그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이 정상인 줄 알겠지. 장관을 한 명 임명하는데 비리가 없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는 이런 현실은 우리 국민의 희망을 꺾어 놓고 있어.
당파에 휩쓸리지 않고 오로지 위민사상에만 힘써온 김육 같은 인물 또한 지금 가장 필요한 유형이란다.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표만 의식하는 정치인이 대부분이니까. 이런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려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과 깊은 지식을 통한 사고 확립이 절대적이야. 아빠가 지금도 지혜를 위해 매일매일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해.
아빠는 온순한 성격이기 때문에 같은 류의 위대한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단다. 최석정이 바로 이런 인물이야. 그는 할아버지인 최명길로 인해 비난을 감수해야 했어. 마음이 무척 불편했음에도 온순한 성격으로 임금과 백성에게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 노력했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선 사대부들의 이기심으로 조선이 강대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자신들뿐만 아니라 엄청난 수의 후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어. 이런 점에서 박규수가 점진적 개혁을 이루었더라면 역사는 바뀌지 않았을까?
대원군과 고종은 진정 나라를 위해서 쇄국 정책을 펼쳤을까? 그들의 자리를 위협받을 거라 생각하고 누구도 최고 권력의 자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위한 정책인지 국가(조직)를 위한 정책인지에 따라 결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단다.
이 책을 읽으며 알고 있었던 인물들도 있었지만 모르는 인물도 몇몇이 있었어. 공통점은 자신을 버리고 국가를 위해 힘썼다는 점이야. 지금의 정치인들 중 사후에 이런 책에 올릴만한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구나.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는 이들의 장점만을 나열했는데 단점들도 있었다면 현실적인 감각을 더 가질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아. 중심을 잡을 줄 알았던 조선의 훌륭한 참모들의 장점을 아빠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겠다.
2021.04.17.20:51... 민서는 자기 방에서... 명서는 사탕, 과자를 너무 많이(?) 먹으며 돼지가 되어가면서 TV를 보고 있을 때...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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