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태백산맥 1 제1부 한의 모닥불
글: 조정래
독서기간: 2022.11.20~2022.11.24
11월 21일(월)
민서, 명서야~~ 저번에 읽은 조정래의 《정글만리》에 이어 그의 가장 위대한 책인 《태백산맥》을 읽기 시작했어.
아주 유명한 책이지만 이제야 읽게 되네.
초반을 읽었는데도 역시 문체에서 느껴지는 힘과 부드러움, 간결 등이 아빠를 사로잡는구나.
처음에는 각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데 시대는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이 막 된 시기야. 그야말로 사회는 혼란으로 몸부림칠 때였지. 이 시기에는 여러 이데올로기가 서로 승기를 잡으려 대립하고 있었어. 그중 사회주의를 믿는 청년들의 이야기인 듯해.
정하섭과 무당 딸인 소화의 관계, 판석 영감의 아들 하대치의 사회주의 운동(판석 영감이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운 것인지 우리 민서, 명서를 생각하면 공감이 간단다), 김범우와 염상진의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와 개인 친분으로 인한 갈등 등 우리 사회가 경험한 일반적인 갈등의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어.
아빠도 이런 상실의 시대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렇지만 이 시기는 이 편도 저 편에도 쉽게 가담하지도 빼지도 못하는 난처한, 그야말로 인생이 어디로 흐를지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시간들이었을 거야.
11월 22일(화)
김범우는 염상진의 사회주의 사상에 물들지 않았어.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포로소용소에서 이데올로기와 이념에 대한 여러 책을 읽었어. 그는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중요한 것이 아니고 민족이 합심해야 의미 있는 국가 재건을 할 수 있다고 보았어. 김범우는 염상진에게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해.
"그렇게 속단하지 마세요. 민족이라고 하니까 핏줄만을 중시해서 어중이떠중이 다 싸잡아서 말하는 민족인 줄 압니까? 현시점에서 친일 반역세력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어요. 그런 부류들을 완전히 제거한 상태에서 절대다수의 민중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집단을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굳이 '민족의 발견'이라고 했어요. 형은 그게 바로 인민혁명세력의 규합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닙니다. 그 민족에는 일체의 정치성이 배제되어야 합니다. 아니, 더 확실하게 말해 그 민족 아래 모든 정치이념들은 단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미국과 쏘련에 점령당해 있기 때문입니다. 미.쏘는 자기네들 이익추구를 위해 우리의 앞길을 방해하는 훼방꾼들일 뿐이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갈려 이념을 먼저 선택하면 우리 민족은 결국 분열밖에 할 게 없다 그겁니다."
혼란한 시기에 김범우와 같은 인물이 아빠는 김구라고 생각해. 민족을 하나의 힘으로 뭉쳐서 자주적 국가를 세워야 외세에 휘둘리지 않게 된단다. 물론, 그 당시 외세의 압박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이지만...
먼저 친일파들을 제거하고 시작하지 못한 점은 지금도 친일파와 같이 정치를 하는 이들을 보면 너무나 아쉽단다.
염상진은 사회주의 사상을 굳게 믿고 정하섭과 하대치 그리고 안창민을 끌어들였지만 겉으로 보이는 단단한 전략은 사실 알맹이 없는 조개였어. 그는 그런 사실에 두려울 만도 하지만 사회주의 사상이 그를 단단히 붙들어 매고 있었지. 아빠는 여러 책을 읽으며 깨우친 좁은 식견으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념은 없다는 거야. 각각의 이념은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중요해. 물론 인간의 본능도 잘 살펴야 하겠지만... 가장 평등할 것이라 생각된 사회주의는 결국 사유화라는 인간의 본능을 무시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밀려 역사에서 사라지고 있어.
중국도 자본주의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공산주의 중국은 남아있지 않을 거야.
11월 23일(수)
아빠가 김범우가 김구와 같다고 위 글에서 썼는데 그 이후 내용에서 역시 김범우는 김구의 사상을 따르고 있었어.
이념은 인간이 잘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인간보다 이념이 우선인 세상에서 자신의 이념을 품고 있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여 죽음을 내리는 형벌은 너무나 잔인하지 않니? 여기에는 아주 복잡한 인간의 심리로 인해 칼로 자르듯 이 사람은 이 주의, 저 사람은 저 주의로 간주할 수 없다는 점이 큰 약점이야.
김범우는 이런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어. 그리고 단순하게 민족은 이런저런 이념을 다 품을 수 있는데 왜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지 답답해하지. 하지만 거기에는 서로 권력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싸움이 평화를 원치 않았을 거야.
위에서도 썼지만 먼저 친일파들을 제거하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미군정은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어.
일제치하에서 고등고시라는 것을 거쳐 판검사가 된 거의 모든 인간들이 그렇듯 그도 철저한 일제의 주구 노릇을 감행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친일한 거의 모든 인간들이 그러했듯 그도 아무런 속죄의 표현도 없이 군정과 함께 다시 그 뻔뻔스러운 얼굴을 들고 판사 노릇을 해먹고 있었다. 더 한심스러운 것은 지난 5월에 실시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서 애국을 부르짖은 것이었다.
그래서 경찰이나 군, 판검사에 친일파들이 아주 많았다고 하는구나. 지금도 많고 말이야. 믿을 수 없지만 현 정치인 중 일왕의 생일에 경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아직 대한민국은 수렁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어.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는 늘 아버지가 장남인 상진만 감싸는 것을 보고 아버지와 형을 늘 저주했어. 그리고 거리의 깡패가 되고 군정에 참여하여 결국 공산주의자들을 쫒는 형과는 반대편에 서게 되었어. 오히려 이런 점을 더 짜릿해하고 있었어. 그래도 피가 섞여 있는데 그렇게 저주하면서도 막상 맞닥뜨리면 상대방을 쓰러뜨리는데 주저하지 않을까?
시대는 중립을 지키는 김범우에게도 위험을 알리고 있었지만 그는 중립 편에서 흔들림 없이 서고자 했어. 이런 점은 손승호의 말처럼 사람들이 뜻을 이해하지만 행동적 동의를 할 수 없게 만들었어. 왜냐하면 그건 권력을 가진 자가 해석하기 나름이기 때문이야.
11월 24일(목)
이념에 빠진 사람들은 서로를 적대시하면서 복수에 복수로 맞서며 인간임을 잊는단다.
이 두 이념 중 무엇이 절대적 악이라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염상진을 보좌하는 두뇌인 안창민은 이런 갈등을 느끼면서도 그에게 복종을 했어.
민주주의를 한답시고 친일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애국자인지 설파하며 이미지 쇄신을 하니 그들을 알던 농민들은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이런 사회적 맥락이 지금도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으니 너무나 슬프면서도 약간의 희망을 사라지게 만드는구나.
사회주의자들을 축출하면서 그 가족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합당한 처사인지 생각도 않고 그저 복수에 불타는 그들은 사회주의자를 욕할 자격이 있는지.
소설을 읽다 보면 궁지에 몰린 사회주의자들이 처량하게 보인단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 앞집, 뒷집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는데 갑자기 악마 취급을 받고 있으니 억울하겠지. 이런 사회적 맹신이 지금도 번번이 일어나고 있고 문제는 이성을 잃은 집단주의적 감정 상태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하니 정의가 잡히지 않는 지구 밖에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과연 아빠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2022.11.24.20:23. 목... 민서는 방금 학원 갔다 왔는데 엄마, 아빠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휑하고 들어가고 명서는 핸드폰 압수당한 뒤로 TV에 몰두하고 있고.... 그러나 저러나 아빠는 우리 민서, 명서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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