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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삶의 기쁨 독서 이야기

by Jinnyboy 2023. 5. 1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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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글: 김지수

독서기간: 2023.05.14 ~ 2023.05.17

 

민서, 명서야~ 지금은 작고하신 위대한 지성 이어령 선생님의 황혼기 삶에 대한 교훈을 들려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단다.

누구나 어김없이 죽지만 오랜 기간 위대한 지성을 쌓은 현인들이 사라지는 세상은 간혹 살아가는 두려움을 증폭시키기도 해. 이 '마지막 수업'을 읽으며 아빠가 몰랐던 또는 다시 새기는 영혼의 식사를 잘 소화시켰으면 좋겠구나.

 

1. 다시, 라스트 인터뷰

이어령 선생님은 매일 어둠과의 힘겨운 팔씨름을 하여 기진맥진한 채로 잠이 든다고 했어.

최초로 죽음학을 연구했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에 대해 그렇게 많은 강의를 했는데 암에 걸리고는 이를 감당하지 못했어.

그는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타인의 죽음이었어. 동물원 철창 속에 있는 호랑이였지. 지금은 아니야.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나한테 덤벼들어. 바깥에 있던 죽음이 내 살갗을 뚫고 오지. 전혀 다른 거야."

그래서 타인의 입장을 완전히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거야. 그래도 우리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해야겠지.

 

풀을 뜯어먹는 소처럼 독서하라는 이야기는 분야를 가리지 말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야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야. 우리 민서, 명서는 언제쯤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즐길 수 있을까? ㅎ

 

2. 큰 질문을 경계하라

큰 질문은 애매함이 담겨있어.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성이 없지.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은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했어. 개미처럼 땅만 보고 달리는 부류, 거미처럼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사는 부류, 마지막으로 꿀벌은 꽃가루를 옮기고 스스로의 힘으로 꿀을 만들어. 이게 창조라고 해.

 

이어령 선생님은 6살 때 정오가 되면 슬퍼서 눈물이 났다고 했어. 모든 것의 정점이기 때문이라고 했지. 생의 절정이 죽음이라는 점을 알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아빠는 이런 어린 나이에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구나.

 

3. 진실의 반대말은 망각

이어령 선생님은 머릿속 지우개가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지워가고 있다고 했어.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몇 줄로 시를 쓴다고 했어.

발톱 깎다가
눈물 한 방울
너 거기 있었구나, 멍든 새끼발가락

 

뭔가 죄책감이 들면서 슬퍼지지 않니? 우리가 잊고 있던 중요한 것들 때문에...

 

4. 그래서 외로웠네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이어령 선생님이 이화여대에서 강의할 때 강의 인기가 대단했다고 하는데 스승의 날에는 카네이션 하나 달아주는 제자가 없다고 했어. 그렇다면 그는 존경을 받지 못했던 거야. 어쩌면 지식은 쓸모가 있지만 존경할 만한 구석은 없는 사람인지도 모를 일이야.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있는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모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야. 

 

운명을 느낀다는 것은 한밤의 까마귀를 보는 것이라 하는구나.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있다고 느끼는 것 말이야.

 

5. 고아의 감각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뜬소문에 속지 않는 연습을 하게나. 있지도 않은 것으로 만들어진 풍문의 세계에 속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 진실에 가까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네. 그게 싱킹맨이야.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사고해야 하네. 어른들은 머리가 굳어서 '다 안다'고 생각하거든. '다 안다'고 착각하니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거 묻지 말라'고 단속을 해. 그런데 쓸데없는 것과 쓸데 있는 것의 차이가 뭔가? 잡초와 잡초 아닌 것의 차이는 뭐냐고? 그건 누가 정하는 거야? 인간이 표준인 사회에는 세상 모든 것을 인간 잣대로 봐. 그런데 달나라에 가면 그거 다 소용없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보고 배워야 할 점이네. 우리 명서는 아직도 조잘조잘 이야기를 잘하지. ㅎ

 

6. 손잡이 달린 인간, 손잡이가 없는 인간

인간은 끝없는 재앙 속에서 진화해 왔어. 그리고 그 시련 후에는 번영을 이룩했지.

과학자들은 이런 경우를 우연이라 하지만 선생님은 우연이란 없다고 하지.

그는 과학을 이야기하며 엉뚱한 신의 세계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 입바른 소리의 천재인 선생님이지만 니체가 늙은 말을 보고 슬퍼하고 미치기 직전 "어머니 전 바보였어요"라고 한 이야기를 신을 믿지 않은 후회라고 무슨 근거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궁금하구나. 

 

선생님은 무리 속의 인간이 되지 말고 자신만의 세계를 갖추라고 조언한단다. 나만의 생각, 의지, 철학을 갖춰야 한다는 이 이야기는 아빠는 너무나 공감하고 있어. 그래서 사람들이 아빠가 매일 독후감을 쓰는 것에 대해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아빠는 흔들리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 거야.

 

7장 파 뿌리의 지옥, 파 뿌리의 천국

선행을 베푼 적 없는 인색한 노파가 지옥에 갔지만 딱 한번 거지에게 파 뿌리를 주었다는 이유로 천국에 가게 되었어. 

신난 노파가 파 뿌리를 들고 지옥을 나오려는데 그걸 본 다른 이들이 파 뿌리에 달려들자 그 노파는

'이거 내 파 뿌리야' 그 순간 파 뿌리가 끊어지고 모두 지옥불에 떨어졌다고 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극한상황이 오면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고 해.

깡패가 남을 위해 봉사하고 평소 믿었던 사람은 배신하고. 문제는 우리에게는 이를 미리 구분할 능력이 안된다는 거야. 

결론적으론 베푸는 자들이 더 많이 얻는다는 걸 명심해야 해.

 

8장 죽음의 자리는 낭떠러지가 아니라 고향

관심, 관찰, 관계의 맥락으로 살라고 조언하고 있어. 처음에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하며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거야.

누군가 죽으면 '돌아가셨다'라는 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죽음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구나.

그래서 죽음은 고향이라고 말씀하신 거 같아.

 

9. 바보의 쓸모

 

'너 존재했어?'
'너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선생님은 무리의 하나가 되지 말라고 하신단다. 바로 나 자신의 삶으로 살아가라고 하지. 그러려면 남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절대 깨닫지 못해. 안정된 곳을 떠나 고생도 해보고 고난도 이겨봐야 비로소 나답게 살 수 있는 거야.

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경계하라고 했어. 신념을 가진 자들은 흑백론으로 세상을 판단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거야. 하나님을 믿는 선생님은 성경에서 신이 죽인 자들이 몇 명인지 알고 계시는지 궁금하구나. 그렇다면 하나님도 신념을 가졌다는 이야기인데.

인생도 그렇다네. 세상을 생존하기 위해서 살면 고역이야. 의식주만을 위해서 노동하고 산다면 평생이 고된 인생이지만, 고생까지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네.

 

10. 고통에 대해서 듣고 싶나?

질서보다는 카오스에서 창조가 된다는 말에 아빠도 무척이나 공감한단다.

엔트로피가 커지면 그 나름대로의 질서가 생기면서 창조로 이어진다지. 물론, 이를 발견하는 것이 문제지만.

필록테테스의 이야기처럼 상처와 아폴론의 신궁이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를 아킬레스의 아들이 말해.

 

"활은 당신의 상처이고 상처는 당신의 활입니다."

 

죽음 앞에서 선생님은 심술이 나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 신에게 역정을 내기도 해. 

그리고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진단다.

 

11. 스승의 눈물 한 방울

선생님은 어린 시절부터 일반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도 깨달으신 듯해.

그 시절의 경험이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 같은 영적인 면을 가지게 됐나 봐.

자신보다 먼저 떠난 딸과 손자를 생각하면서 영성의 벽을 뚫지 못했다고 했지.

신은 우리를 갑작스럽게 덮친다고 했어.

 

12. 눈부신 하루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고 자신 있게 선생님은 말하고 있어.

그래서 스스로 배우고 남도 가르칠 수 없다고 하지. 이런 상태가 군자야.

군자는 늘 외롭지. 

아빠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훌륭한 스승이 여럿을 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것들을 스승이 깨달음과 만나게 해 줄 수 있고 또 많은 이들이 그 깨달음으로 행복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알렉산더 대왕에게 말한 디오게네스처럼 자족하는 삶. 이런 삶을 위해 아빠도 조금씩 전진하고 있단다.

 

13. 지혜를 가진 죽는 자

신과 생물의 중간자로 인간은 지혜를 가질 수도 있고 교만해질 수도 있어.

그런데 인간은 정말 신과 생물의 중간자일까? 우린 그저 생물인데 말이야. 

양극을 안고 있는 인간은 모순을 안은 채 살아갈 수밖에 없어.

동물은 죽음의 의미를 모르지만 인간은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니 때론 지혜가 오히려 우리를 고통스럽게 가두어 놓는구나.

 

14. 또 한 번의 봄

돈의 길, 피의 길, 언어의 길은 교환 기축을 이루며 돌아가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셔.

피의 길은 사랑이고 섹스야. 그런데 돈의 길이 피의 길, 언어의 길까지 지배한다면 세상은 참담해진다고 하시지.

 

종교적 이유를 들어 선생님 자신은 용서받을 사람이지 용서해 줄 사람이 아니라고 해. 아빠는 종교를 떠나서 항상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어. 때로는 내가 이런 면에서 다른 사람보다 우월감을 순간적으로 느낄 때면 마음을 고쳐 먹는단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잘해서 현재 내가 누리는 것에 대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모두 선물이라는 것을...

 

15. 또 한 번의 여름-생육하고 번성하라

선생님은 예전에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합친 디지로그와 생명자본을 중시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했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어. 하지만 코로나 시대가 되며 이런 시대가 오자 사람들은 선생님 주위로 다시 모이기 시작했어.

작가는 꺼져가는 한 시대의 지성인을 얼마나 안타깝게 바라보았을까.

 

리더에 대한 이야기도 아빠에게 신선한 지식을 주었어. 참다운 리더란 사잇꾼이라는 거야. 즉, 사람과 사람, 팀과 팀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존재라는 것이지. 그러면서 아빠도 회사에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

 

16. 작별인사

인터뷰가 진행되던 어느 날 선생님은 작가에게 이것이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이라 했어.

본인의 생명 에너지가 다했음을 아신거지.

그 순간 작가는 이런 순간이 올 줄 알았으면서도 크나큰 절망감에 사로잡혔을 거란 생각이 들어.

인간은 바로 앞에 있는 절망이나 죽음 앞에서 더 씩씩하게 또 더 밝게 보이고 싶어 한다는 사실 앞에서 더욱 슬픔의 고리가 채워지는 느낌. 보통 슬픔보다 배는 더 커진 슬픔을 맞이해야겠지.

그리고 가장 슬픈 것을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어.

 

"지금도 보면 눈물이 핑 도는 것은 죽음이나 슬픔이 아니라네. 
그때 그 말을 못 한 거야."

 

그러니 우리 민서, 명서도 또 아빠도 서로에게 후회되지 않도록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을 하자.

 

그렇게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은 깊은 여운을 남긴 채 끝이 나버렸어.

 

그리고 선생님은 2022년 2월 26일에 영면하셨어.

그래도 기쁘지 않을까? 육신은 썩어가기 시작했지만 그의 정신은 오래도록 남을 테니까.

 

2023.05.17.수.20:56... 민서는 자기 방에 명서는 목욕하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아빠 영혼의 이야기를 남기고픈, 우리 민서, 명서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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