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전념
글: 피트 데이비스
번역: 신유희
독서기간: 2023.12.08 ~ 2023.12.14
민서, 명서야~~ 오늘은 예전보다 선택의 범위가 넓어진 자유가 우리의 삶을 개선시켰다고 여기는 대부분의 사람들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책을 읽기 시작했어.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피곤한 삶!
이 책의 도입부에서 이야기한 넷플릭스 영화 한 편 고르는데 이리저리 리모컨만 만지작 거리다 그냥 잠에 빠져드는 생활을 아빠도 간혹 한단다.
I. 무한 탐색 모드
여러 선택지를 두는 것을 폴란드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근대라고 했어.
이는 어느 한 곳의 문을 열어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야.
문화의 두 가지 유형은 주류 문화와 반문화가 있어.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이 있지.
대부분은 그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며 매일 똑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대신 우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지, 아니면 하던 일을 계속할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 결정할 수 있다. 인생이 우리에게 허락하는 것들은 대개 이러하다. 크고 중요하고 용감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보다는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이 이어진다. 거기에서 우리는 나만의 의미를 찾고 만들어야 한다.
선택이 없던 과거와 다르게 현재의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긴장감을 푸는 방법은 자발적 전념하기야. 하지만 자발적이라는 표현은 비자발적 행위보다 더 굳은 의지와 어려움이 있어. 그 자유를 깨닫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여기 마틴 루서 킹 주니어가 우리 인생이든 사회의 발전이든 변하지 않는 법칙을 잘 설명하고 있어. 아빠는 이 법칙을 이미 여러 책을 통해 깨달았단다. 이런 깨달음이 없다면 인생은 그저 지루하기 짝이 없어.
"발전의 길은 절대 일직선이 아니다. 일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듯싶다가도 어느샌가 장애물에 부닥치고 길은 굽어진다. 마치 산세를 따라 구불거리는 산길을 걷는 것과 같다. 나는 계속 앞을 향해 걷고 있는데 목적지는 오히려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아예 목적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도 있다. 그러나 사실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곧 아까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목적지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요즘 우리 민서, 명서는 뭔가에 깊이를 가질 수 있도록 전념한 적이 있었니?
아빠도 삶의 깊이를 더하려 독서에도 전념하고 또 주식투자에도, 그림에도....
이 모든 것이 영혼에 영향을 미치고 행복감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들었어.
죽음은 삶의 길이를 통제한다. 그러나 삶의 깊이를 통제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무한 탐색 모드의 장점은 어릴 적 자신이 뛰어들 분야를 알아 보는 것에 있어.
한 가지 경험이나 지식만으로 그 분야에 뛰어든다면 후회할 확률이 아주 높거든. 즉, 자신을 탐색하는 기간이지.
한편 단점으로는 결정 마비, 누구와도 무엇과도 연결되지 않으며, 아무도 내게 무언가 기대하지 않는 공동체 소속감 결여로 생기는 아노미 상태, 피상적인 삶 등이 있어.
민서, 명서야, 너희들이 공동체에 속해 있어 주어지는 책임감을 회피하려 한다면 결국 아노미 상태에 빠지고 이는 더 큰 무력감을 너희에게 선사한단다.
중세에 연금술사들은 비자발적 헌신의 무게를 던지고 새로운 신념과 의미에 헌신하는 과정을 거쳐야 온전한 인간이 된다고 믿었어. 연금술의 과정인 부수고, 녹이고, 불순물을 거르고, 새로운 형태의 고체화하는 것으로 마쳐.
그런데 현재 우리의 상태는 납이 녹여진 액체 상태에서 고체화 되지 못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즉, 어디에도 전념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할 뿐이지. 액체 근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II 전념하기 반문화
전념하기의 영웅들은 아주 오랜 기간 20년~30년을 자신이 추구하는 신념을 꾸준히 실천했어.
대표적인 인물이 마틴 루서 킹이야. 그는 흑인들의 인권을 위해 오랜 기간 비폭력 시위로 투쟁했고 결국 암살당했어.
이런 과정은 어느 한 순간 나타난 나쁜 용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하루하루의 끝없을 것 같은 지루함을 견뎌내는 일이야.
그래서 그 지루함을 즐길 수 있고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해. 그렇지 않다면 금세 포기하고 말 테니까.
지나치게 자주 분열되고, 지나치게 자주 고립되고, 지나치게 자주 단절되는 세계를 좀 더 온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전념하기 반문화의 사명이다.
전념하기에 장애가 되는 거은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야. 하지만 목적의식은 우리에게 자유를 선사한단다.
그렇다고 우리가 선택한 분야가 알고 보니 자신과 맞지 않다고 해도 계속 집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우리에게는 언제든 선택의 기회가 있어. 그렇기 때문에 부담감은 내려놓고 과감하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해.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
불확실성을 좋아하는 전념하기의 영웅들. 아빠도 예전에는 불확실한 것을 무척 두려워했는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미지의 세계에 호기심이 많이 생겼단다.
전념하기 여정은 자신의 '사명'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해. 우리 민서, 명서의 사명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니?
유대에 대한 두려움은 아빠도 가지고 있어. 아빠의 자유와 시간이 통제받을까 염려하기 때문이야.
무언가와 관계를 맺으면 사람들은 정체성, 평판, 통제감이 위협받을까 봐 걱정한다고 해.
하지만 유대 관계에 대한 전념은 연대하게 되고 이는 의미가 선명해지고 우정이 깊어져. 그리고 모든 사람이 기쁘고 행복해진단다. 하지만 이런 연대는 반사회적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해서 아빠는 유대 관계를 누구와 또는 어떤 단체와 맺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
새로움은 요즘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를 주고 있어. 늘 새로움을 찾으며 수박 겉 핥기 처럼 순간적인 짜릿함만을 즐기려고 해. 하지만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는 꾸준히, 지루함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단다. 종국엔 허무함만이 남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과정부터 열매까지 충만함을 가지는 사람들로 나뉘게 되어 있어.
즉, 우리는 깊이를 추구해야 해. 목적을 가지는 꾸준함은 시간을 깊이와 바꾸는 거야.
지루함, 산만함,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즐거움으로 느낀다면 긴 시간, 깊이를 가질 수 있는 준비가 된 거야.
한정적인 시간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쪼갠다. 소중한 시간을 잘못 보낼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반면 전념하기는 더 기나긴 시간에 장대한 내기를 건다. 여기에는 깊이의 힘이 전제된다.
III 액체 세계 속 고체 인간
예전엔 돈으로 살 수 없는 보호막이 있는 것들이 있었어.
그렇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세상이 되면서 돈이 곧 목적이 된 세상이 되었어.
그러면서 돈은 소중한 것들을 액체화시키며 모든 걸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돈은 또한 일반화시켜. 돈을 벌기 위해 특정한 기술을 상품화한다는 거야. 그러면서 특색 있는 작은 가게나 점포들이 대형화된 프랜차이즈에 밀려나고 있어.
1990년대, 사회과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대중화했어. 서로 신뢰하고, 협동하고 상호성의 원칙을 지키는 공동체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거야.
지금은 개인주의 영향으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어. 서로의 사생활을 조금이라도 침범하는 건 죄악시된 거지.
오늘날에는 사람과 사람 간의 벽이 두꺼워짐에 따라 서로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것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원만하게 어울리는 것이 더 가치 있는 행동으로 여겨지게 됐다.
이런 점에서 너무나 아쉬운 시대이고 우리 민서, 명서도 이런 유형의 사람보다는 타인에게 따뜻한 사람이길 바라마.
아빠도 이런 점에서는 약점이지만 명백한 도덕적으로 위반된 내용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중립적으로 변하는 것도 액체화되었다는 증거란다. 남한테 싫은 소리를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때론 너희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 너희들이 잘못해도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사람들보다 말이야. 순간적으로는 화가 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렴. 누가 더 너희들에게 깨달음을 주는지 말이야.
아빠가 늘 걱정하듯이 학교에서 그저 대학 가기 위해 공부하는 행위는 별 필요가 없어.
너희들이 수학을 풀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생활이 무엇인지를 배워야 해. 공부는 그 자체보다 공부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해.
그런데 아빠 시절에도 그랬지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게 아니고 암기의 힘만 길러주려 했지.
가장 큰 걱정은 책에 나온 것처럼 너희들이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과 교류가 없다는 거야. 어린 사람들과도 나이 많은 사람들과도 상호작용을 해야 생각의 한계도 벗어날 수 있고 또 진정으로 존경하며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는 거야.
걱정인 점은 출세를 위해 선택지 열어두기를 하면서 전념을 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도 이런 문화도 순환하리라는 기대가 있어.
선택지 열어두기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그렇다면 다시 전념의 시대가 오리라는 거야.
게임이론에서 선한 개체가 배반당하면서 극소수로 줄어들었다고 배반한 개체들끼리 자멸하면서 다시 선한 개체가 불어나는 것처럼 말이야.
이런 괴로움을 겪지 않으려면 너희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무척 중요해. 조금씩 너희들의 철학을 쌓아 올려 보렴.
정원 가꾸기는 전념하기와 비슷해. 현재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지만 미래에는 과실과 예쁜 꽃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묵묵히 지금을 견디는 것 말이야.
넘어졌을 때는 감사하고, 다시 일어섰을 때는 겸손해라._몬테 앤더슨
2023.12.14.목.20:44.... 민서는 학원 갔고 명서는 붕어빵 먹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몹시 비 오는 날 밤에 사랑하는 아빠가~
555. 식객 8 죽음과 맞바꾸는 맛 (6) | 2023.12.18 |
---|---|
554. 행복부자학 (1) | 2023.12.17 |
552. 식객7 요리하는 남자 (0) | 2023.12.07 |
551. 주식시장의 영원한 고수익 테마들 (0) | 2023.12.04 |
550. 존 메이너드 케인스 (0) | 2023.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