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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서울대 인문고전 35-한비자(한비자)

삶의 기쁨 독서 이야기

by Jinnyboy 2016. 1. 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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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비자(한비자)

글: 권오경

그림:유대수

독서기간: 2016.01.12~01.14

 

민서, 명서야... 오늘은 법치 사상으로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데 큰 역할을 한 한비자가 쓴 《한비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해.

 

한비자는 동양의 마키아벨리라고도 불리지만 마키아벨리는 위대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과 그 구체적인 방법을 담았다면, 한비자는 정치에서의 원칙, 즉 법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였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달라.

사실, 한비자의 생애에 대해서는 기록이 많지 않아. 대략 기원전 3세기 초, 기원전 280년 경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때는 전국시대 말기에 해당하는 시기지. 한비자는 지금 호남성 서부에 있던 한(韓) 나라 왕의 아들이었다고 해.  왕의 아들이라고는 해도 어머니가 천한 신분 출신이라서 왕실에서도 별로 대우받지 못하는 처지였지. 또 다른 책에는 그냥 명문 귀족의 후예였다는 기록도 있어. 한비자는 심한 말더듬이 었다고 해. 민서, 명서야, 세상을 살아가는데 말을 잘한다면 엄청난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지식이 많아도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아빠도 지식이 많은 건 아니지만 말을 잘 못하는 편이야. 사회생활에서 말을 잘 못함으로써 불이익이 있기도 하지만 자기 내면에 지식을 계속 쌓고 또 그 지식에 대해 사고를 한다면 그 내면의 통찰력이 언젠가는 밖으로 표출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 우리 민서, 명서도 혹시 말을 잘 못한다고 침울해하지 마...

 

그 당시 한은 전국 칠웅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가장 국토도 작고 별 볼일 없는 나라였어. 한편, 진나라는 상앙이란 인물이 재상으로 등용되어 철저한 법체계를 갖추는 등 2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전국시대의 가장 강력한 나라가 되었지. 상앙은 한비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야. 반면, 한나라는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여 인재를 등용하고 권력을 장악하여 부국강병에 힘쓰기는커녕, 유교 경전이나 들먹거리는 이들을 높은 자리에 앉히고, 힘깨나 쓴다는 무리들이 법을 무시하고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형편이었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운명에 처한 조국. 젊은 한비자는 이러한 조국의 현실에 절망하며, 진나라의 부국강병을 이끈 상앙이나 신불해 등의 사상과 정책에 깊이 빠져들었어. 그는 넓은 세상에서 더 큰 가르침을 얻고자 당시의 대표적인 유학자 순자가 있는 제나라의 직하로 향했어. 맹자도 한때 이곳에서 상대부의 지위에 올라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했어. 순자의 제자 중에는 나중에 진의 재상이 되는 이사도 있었어. 잘못된 만남이었지... 유가인 순자와 법가인 한비자는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한비자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순자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어. 인간, 세상 그리고 정치, 때가 때인지라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어떻게 세상을 다스려야 하는가가 중심 주제였지. 그러면서 한비자는 독자적인 학문 영역을 완성해 나갔어. 민서, 명서야... 이렇게 다른 사람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세상에 또 하나의 다른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란다.

 

갈고 다듬고 정리한 자신의 학설을 들고 한비자는 드디어 자신의 조국 한나라로 돌아왔어. 알다시피 아쉽게도 한비자는 말을 심하게 더듬었지. 그래서 오직 문장으로만 자신의 의견을 올렸지. 그의 문장은 말보다 훌륭히 예리하게 현실을 진단했고,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었어. 하지만 그의 충심 어린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그런데 진나라의 시황제가 된 진왕 정은 한비자의 책 중 '고분'을 읽고 무릎을 쳤다고 해. 지난날, 순자 밑에서 한비자와 함께 공부했던 이사는 진왕이 가장 총애하는 재상이 되어 있었어. 진왕은 한비자를 만나보고자 하자 이사는 한나라를 공격하면 한나라에서는 한비자를 분명히 사자로 보낼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지. 진왕은 그렇게도 기대하던 한비자와의 만남이었지만 한비자의 더듬는 말투에 크게 실망했다고 해. 이사는 왕이 자기 대신 한비자를 더 총애하게 돼서, 자신의 지위가 위협당할까 봐 두려웠지. 이사는 진왕이 한비자에 대해 실망한 낌새를 놓치지 않고 한비자는 자신의 나라를 위해서 일할 뿐이고 진에는 충성을 하지 않을 거라 하며 절대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하지. 이 말에 흔들린 왕은 한비자를 옥에 가뒀어. 그래도 불안한 이사는 옥으로 독약을 보냈어. 끝내, 한비자는 먼 이국 땅, 차가운 적국의 감옥에서 한때 한 스승 밑에서 공부하며 토론하고 함께 학설을 가다듬었던 친구에 의해 독약을 마시고 그 비극적인 삶을 마쳐야 했단다. 그때가 기원전 233년. 시황제는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고 한비자를 찾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던 거야. 한비자가 죽은 지 3년 뒤 한은 진에 의해 멸망됐어... 한비자는 비록 진에서 죽음을 당했지만 그의 사상은 진시황제의 통치 원칙으로 전국시대 통일의 바탕이 되었고 최초의 통일 제국 진의 정책 역시,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냐. 민서, 명서야 한비자의 삶이 참 기구하지 않니? 하지만 한비자의 일생이 별 굴곡 없이 평탄했다면 현실에 뿌리박은 단단한 사상이 나올 수 없었을지도 몰라. 대부분의 위인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이 많이 나왔단다. 그러니 우리 민서, 명서도 인생의 위기가 닥쳤을 때 너무 슬퍼하지 말고 너희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마음을 쏟아보렴.

 

중국은 유학이 수천 년 동안 중국을 지배하는 이념이긴 했지만, 현실 정치를 움직여온 힘은 사실 유학이 아니야. 정치적인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것이 바로 법가 사상이야. 한비자는 그 규모가 무지 크고 방대해서 한비자 혼자 썼다고 보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서, 보통 한비자와 후에 그를 따르던 법가 사상가들의 글이 함께 실려 있는 책이라고 보고 있어.

한비자는 55편이나 되는데, 여러 편 중, 한비자가 직접 쓴 글로 보이는 것은 시황제가 보고 감탄했다던 '오두', '고분'과 '현학'등이야. 인간은 계산적이고 악한 심성을 지녔으니, 그럴 듯한 유가나 묵가의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군주는 시대에 맞는 법을 만들어 통치하되, 관리들과 백성들을 상과 벌을 통해 다스리라는 이야기야. 당시는 전국시대 말기라 그야말로 혼란의 시대였어. 제대로 된 제도가 있어야 나라의 기강이 세워졌을 거야.

 

다음으로 한비자를 따르는 이들이 토론하고 강의했던 내용을 묶은 것으로 추정되는 '난', '난일~난사', '난세', '문변', '문전', '정법' 등이 있어. 주로 유가 사상을 비판하고, 법가 사상가들의 여러 주장들도 부족한 점을 비판하여 수정을 한 거야. 그래서 《한비자》가 사상을 집대성한 것이라는 얘기를 듣지.

 

또 일종의 설화집인 '설림', '내외저설', '십과' 등은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어. 물론 법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모았겠지? 그 이야기들이 매우 많아서 한비자는 이야기 수집광이었나 보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어.

 

'유도', '이병', '팔간', '심도', '제분' 등은 한비자가 죽은 후부터 한나라 때까의 한비자를 따르는 후배 법가 사상가들이 정리했으리라 추정하고 있어. 군주가 강력한 권한을 가질 것, 법을 어길 경우 절대 용서하지 말고, 엄법에 처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

 

'주도', '양각', '해노', '유노' 등은 도가의 영향을 받은 한비자 후배들의 논문이야. 이외에도 첫 장인 '초견진', '존한' 등은 한비자가 등장하고 있으나 그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을 모방한 후세 법가 사상가의 작품이라고 짐작되고 있어.

 

아빠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한비자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짧게 인생을 마친거 같아. 이사라는 친구처럼 질투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무서운 일을 벌일 수 있단다. 아빠도 전에는 아빠보다 뛰어난 사람을 질투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축하해 주고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많단다. 다른 사람이 잘 되게 도와주고 바라는 것이 아빠한테 이득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야. 금전적이거나 눈에 띄는 이익이 아니라 아빠 마음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되고 그런 마음이 아빠를 더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야. 사람이 사는 게 행복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겠니?

 

2016.01.16.10:43... 민서, 명서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때... 우리 명서는 열이 많이 나서 축 늘어져 있을 때(빨리 나아. 우리 예쁜 명서!!)...  너희들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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