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존재와 시간
글: 임선희
그림: 최복기
독서기간: 2016.03.17~03.21
민서, 명서야... 오늘은 우리들의 존재와 존재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책, 《존재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해.
만화책으로 보는데도 좀 난해한 면이 있어서 다른 책에 비해서 읽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린 거 같아.
마르틴 하이데거는 독일의 메스키르히에서 1889년 9월 26일 아버지 프리드리히 하이데거와 어머니 요한나 하이데거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어. 1889년에는 세계를 불행에 빠뜨렸던 히틀러도 태어났고 독일의 철학자인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김좌진 장군도 같은 해에 태어났단다. 그에게는 두 명의 동생이 있었는데 남동생 프리츠 하이데거는 나중에 은행장이 되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만, 여동생 마리아는 일찍 죽었지. 어릴 적 그의 집은 매우 가난했어. 아버지는 성당지기로 일했지만, 먹고살기가 어려워 술 창고를 지키는 일도 자주 했었다고 해. 어려운 형편에 초등학교까지는 보냈지만 그 이상은 가정형편으로는 공부시키기가 어려웠지. 지금의 대한민국은 고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어서 너희들은 집이 가난해도 고등학교까지는 공부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 ㅎㅎㅎ 하지만 저렇게 공부하고 싶은데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꼭 알고 있어야 한단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의 비교보다는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더 생각해야 한단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잘 살아갈 길을 늘 모색하길 바라.
그런데 하이데거의 총명함을 알아본 메스키르히 성당 신부님인 콘라드 그뢰버의 주선으로 그는 계속 공부할 수 있게 되었어. 대신 김나지움을 졸업한 뒤에 신부가 된다는 조건이었지. 민서, 명서 같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 거 같니? 결혼 못하는 신부나 수녀가 되면서까지 공부를 하고 싶어 할까?... 하지만 하이데거는 신부가 된다는 약속을 하고 1903년부터 1906년까지 콘스탄츠에 있는 김나지움에서 공부한 뒤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김나지움으로 옮겼어.
학교를 졸업한 뒤 약속대로 신부가 되기 위해 포어알베르그의 펠트키르히에 있는 예수회에 수련생으로 들어갔어. 그러나 심장병 때문에 겨우 14일 만에 예수회의 신부가 되는 꿈을 포기해야 했어. 만약 하이데거가 신부님이 되었다면 토마스 아퀴나스 같은 대학자가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그는 1911년 겨울 학기부터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본격적인 철학 공부를 시작했고, 1913년 《심리주의에서의 판단론》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어. 그런데 1914년 독일에는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어. 처음에는 심장병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았지만 나중에 다시 군에 소집되었어. 전쟁터에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그의 철학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지. 기존의 철학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실존주의, 생철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지.
1916년, 하이데거는 그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준 에드문트 후설을 만났어. 후설은 현상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사람인데, 하이데거는 대학 때부터 그의 사상에 푹 빠져있었어. 이후 그는 후설의 조교로 일했는데, 후설은 하이데거를 자신의 후계자로 여겼어. 그러나 후설이 거부했던 생철학과 실존주의 사상을 하이데거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점점 관계가 멀어졌지.
1923년, 하이데거는 마르부르크 대학의 철학과 부교수로 부름 받았어. 1927년 《존재와 시간》이 발표되면서 그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1928년 스승인 후설의 뒤를 이어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정교수로 부임했어. 그리고 1933년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총장으로 선출되었어. 그런데 하이데거는 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나치에 가입했단다.
그는 나치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진정한 독일 민족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하이데거는 대학에서 유대인 교수들을 추방하려는 나치의 정책에 동참하지 않고 1934년 스스로 총장직에서 물러났어. 하지만 하이데거는 유대인이었던 자신의 스승인 후설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심지어 1938년 후설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 민서, 명서는 이런 하이데거를 어떻게 생각하니? 아빠는... 음..... 아무리 이론적으로 훌륭한 책을 낸 사람이더라도 이런 행동을 한 사람은 존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단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신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신뢰를 깨뜨리는 사람은... 글쎄... 아빠는 세상에 그렇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민서, 명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쉽게 깨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단다. 아빠는 성격이 좀 우유부단한데 신뢰를 깨는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관계를 끝낸단다. 그런 사람들은 언젠가는 아빠에게 해가 될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독일이 전쟁에 패한 뒤, 프랑스와 연합군은 하이데거가 대학에서 강의하지 못하게 했지만 많은 학자들의 탄원으로 1951년부터 다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 학기만 강의하고는 은퇴해 버렸지. 그리고는 프라이부르크의 집이나 코트나우베르크의 오두막에서 책을 쓰는 데 시간을 보냈어. 그러다 1976년 5월 26일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자신의 희망대로 고향인 메스키르히에 묻혔지.
하이데거는 플라톤으로부터 시작된 이성의 철학이 존재와 존재자를 나누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을 한단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이성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감정과 경험도 함께 삶의 한 부분을 이룬다고 하지. 사실 고대의 철학으로부터 데카르트에 이르기까지 사람은 이성을 이용해서 진리를 발견해야만 한다고 믿어왔어. 이성과 육체는 별개라고 하지. 하지만 민서, 명서도 살아가면서 느끼겠지만 이성만으로 우리가 세상의 모든 일을 판단하지는 않아. 감정이나 경험을 통해서도 판단을 하지. 물론 감정이 앞서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말이야. 하이데거는 하지만 존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인간과 생물이나 물건은 다르다고 하지. 인간 외의 것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이지.
예를 들면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틀렸다고 하이데거는 말해. 존재자가 있기 때문에 생각을 한다는 것이지.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에만 강조한 나머지 '나는 존재한다'에 대한 의미는 캐묻지 않았다고 비판했어. 데카르트 이후부터 많은 철학자들이 과학이나 수학처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규칙들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어.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성의 능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자연을 정복해 나갔거든. 그런데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행복해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문제점이 하나둘 나타났어. 지구가 오염이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는 거지. 그리고 얼마 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바둑대결을 해서 알파고가 4대 1로 이겼어. 우리 인간은 충격을 받았지. 아빠가 걱정하는 것은 인간보다 더욱 뛰어난 컴퓨터가 인간을 노예로 삼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거야. 이런 이성에 의한 기술의 발전이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며 잘 사는 사람만 잘 살고 극빈자들은 더욱 늘어나는 상황이야. 이제 우리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해야 해.... 과연 누구를 위해서 기술 개발을 하는지 말이야....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면서 남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지며 살고 있어. 그러면서 우리는 원하지 않는데도 그들과 다르게 되기가 싫어서 옷이나, 또는 TV 프로그램, 다른 유행을 좇으며 우리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고 해. 점점 획일적으로 살고 있다는 말이야. 사실 아빠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을 버리며 그 비뚤한 양심도 정당화시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걸 보면 위기의식이 많이 생긴단다.
민서, 명서야... 아빠는 너희들의 참 삶을 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단다. 물론 사회와 동떨어진 삶을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사회 속에서도 너희들의 개성을 지키며 그저 단순히 사회를 쫓는 삶을 살지 말라는 거야.....
2016.03.23.20:00..... 너희들과 코엑스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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