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곤충의 밥상
글: 정부희
독서기간: 2017.03.24~04.03
민서, 명서야~~ 오늘도 곤충에 관한 책을 읽었어. 작은 곤충들이지만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의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려 노력하는 삶을 보니 아빠도 숙연해진단다.
민서, 명서랑 함께 가끔 우리는 숲길을 걷거나 들풀이 나있는 산책길을 걸으며 우리는 그저 예쁜 꽃을 보거나 먼 풍경만을 보며 감탄했잖아. 그런데 그 풀 한 포기에 얼마나 많은 삶들이 고전 분투하면서 살아가는지.... 곤충과 식물은 서로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남기려고 진화하며 상대를 잘 이용하려 하고 있어. 식물은 곤충을 이용해 자신의 수분을 돕게 하며 씨를 널리 퍼뜨리는 전략을 사용하고 곤충은 먹이 경쟁을 하지 않고 먹이를 차지하는 전략을 쓰려하지.
앉은부채꽃에 찾아오는 파리류는 추위도 피하고 먹이도 구하려 찾아오는데 또 파리를 잡아먹으려 거미줄을 치고 대기하고 있는 거미도 볼 수 있지. 애호랑나비는 대부분 꽃의 꿀을 즐겨먹는데 암컷은 성페로몬을 내뿜으며 수컷을 유인한다고 해. 그 냄새를 맡고 수컷은 암컷을 찾아 짝짓기를 하지. 그런데 빨리 암컷을 찾는 게 중요해. 조금만 늦어도 다른 수컷이 와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리고 수컷은 자신의 정자를 수정시키고 삶을 마감한단다. 자신이 죽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 하는 것을 보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내용이 무섭게 다가오네... 암컷은 수태낭을 달고서 알 낳을 족두리 풀류를 찾아 나서지. 그런데 족도리풀은 자신을 뜯어먹는 초식 곤충들을 물리치려고 방어물질은 내는데 애호랑나비 애벌레는 이 독성물질에 적응해 왔어. 애호랑나비는 20여 개의 알을 낳고 며칠 뒤 애벌레들이 나와 함께 이 족도리풀류를 먹다가 커지면 독립생활을 하다가 번데기로 변한단다. 그리고 이듬해 봄까지 낙엽 아래에서 꼼짝 않고 잠만 자다가 어른벌레로 다시 태어난단다. 어른벌레로 태어난다는 것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빠는 이 곤충들이 곧 죽을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좀남색잎벌레는 우리 주위의 많은 소리쟁이라는 풀을 먹고 살아가는데 다른 곤충과 먹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추위가 채 가시기 전에 나와 소리쟁이를 먹고 다른 곤충들이 나타나기 전에 땅속으로 들어간단다. 자신들의 환경에 맞춰 생존전략을 만드는 것이 꽤 멋지기만 하구나.
배추흰나비는 십자화과 식물을 먹는다고 하는데 십자화과 식물은 꽃잎이 4장이라서 이름이 이렇게 지어졌나 봐. 우리가 집에서 늘 먹는 김치의 재료인 배추에 많이 사는데 아빠도 어릴 적 할머니가 김장하실 때 배춧잎에서 이 애벌레를 많이 봤는데 요즘은 보기가 힘들어. 그래서 배춧잎에 구멍이 없는 것은 농약을 많이 친 것이고 구멍이 뚫려있으면 친환경 배추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런 애벌레에 기생벌은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독침으로 부분마취를 하고 이 애벌레 몸속에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하여 배추흰나비 애벌레 고기를 먹고 자란다고 해. 이런 것도 자연의 순환 중에 하나라고 저자는 말한단다.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너무 많으면 먹이가 부족하고 그러면 애벌레들도 살아남기 힘든데 기생벌이 애벌레의 양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하니 자연은 잘 돌아가는 톱니바퀴이고 이빨이 조금 어긋나면 다시 자연스럽게 그 이빨을 맞춰간단다.
납작한 광부 곤충은 애벌레가 잎 사이를 뚫으면서 잎을 먹고살아. 가끔 숲을 지나가다 보면 잎에 무늬 같은 걸 본 적이 있는데 바로 이 광부 곤충인가 봐. 얼마나 몸이 얇으면 잎에 터널을 뚫을 수 있을까? 이렇게 잎 속에 있으니 천적으로부터도 날씨로부터도 보호가 되지. 정말 기발하지 않니? 이렇게 곤충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훌륭히 전략을 만든단다.
주머니 나방류도 기가막힌 방법으로 살아가. 자신의 몸을 잎이나 나뭇가지로 덮어 집을 만들고 먹이를 먹을 때만 상반신만 살짝 나온단다. 역시 주머니나방류도 나뭇잎 집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천적, 날씨로부터 안전하단다. 그런데 암컷만 집속에서 살아가고 수컷은 밖으로 나와서 살아간다고 해. 그래야 수컷이 암컷을 찾아가 짝짓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야. 암컷은 자신의 집속에서 살아가면서 날개가 퇴화되었어. 오래전에는 날개가 있었는데 집속에 있으면서 점점 날개가 거추장스러워 퇴화되기 시작했어. 그러나 광부곤충도 주머니나방류도 천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야. 그래야 먹이사슬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자연은 순환이 된단다.
아빠에게 가장 인상 깊은 곤충은 에사키 뿔 노린재야. 에사키 뿔 노린재는 암컷이 알을 낳고 알이 부화할 때까지 암컷은 먹지도 않고 알만을 보호한단다. 그리고 알들이 깨어난 후 얼마 뒤 죽음을 맞지. 다른 애벌레들은 태어났을 때 이미 엄마는 저세상으로 갔는데 에사키뿔노린재는 엄마를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쁠까? 누군가 아무런 조건 없이 언제나 기댈 수 있는 것은 바로 '엄마'란다. 에사키뿔노린재는 자기 자식들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를 보면서 기뻐하면서 죽을까? 정말 궁금하구나....
왕거위벌레는 자신의 새끼를 위해 나뭇잎 집을 만들어 그 속에 알을 하나 낳아. 그렇게 하면 힘이 많이 들어서 알을 많이 낳지 못하겠지. 도토리 거위벌레처럼 말이야. 알은 나뭇잎에서 나와 그 나뭇잎을 먹고 자란단다. 그리고 어른벌레가 되면 그 집에서 나와. 사진으로 그 집을 보니 왕거위벌레 암컷은 정교하게 집을 짓는구나. 이런 암컷의 힘겨운 노력이 왕거위벌레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유일 거야.
우리가 아는 하루살이는 아빠를 포함한 대부분이 하루 살고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하루살이 애벌레는 종류에 따라 1년에서 3년을 살고 어른벌레로 우화 한단다. 그런데 슬픈 것은 어른 벌레는 입이 없다는 거야. 그래서 먹이도 먹지 못하고 짝짓기만 하고 죽어가지. 먹는 데 쓰는 에너지도 아끼려 이렇게 입이 퇴화되었나 봐. 이렇게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는 처절한 곤충의 삶이 아빠의 삶을 반성하게만 하는구나.
대부분의 곤충들은 자신의 새끼들을 돌보지 않는데 위에서 쓴 에사키 뿔 노린재와 같이 물자라는 새끼를 끔찍이 사랑한단다. 아빠 물자라는 자신의 등에 알을 떠메고 다녀. 그런데 알의 무게가 자신의 몸무게의 2배나 되어 몸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어 먹이를 잡지도 못한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알이 썩지 않고 호흡을 잘할 수 있게 물 위에 알을 띄워놓고 알들이 깨어나기 시작하면 아빠의 생체시계가 정확한 죽음을 알려. 그 새끼들은 이런 아빠의 희생을 알까? 우리 인간도 부모의 은혜를 100만 분의 1이라도 아는 사람은 소수야. 그저 부모는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사람, 짜증을 받아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너희들 친할머니도 에사키 뿔 노린재처럼 훌륭한 모성애를 갖추셨단다. 그런데 아빠는 그런 사랑을 잘 알지 못하니 부끄럽구나.
쌍살벌의 여왕벌은 집을 만들면서 알을 낳고 애벌레가 나오면 먹이까지 물어오고 또 집을 증축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애벌레들이 어른 벌레로 나오면 알을 낳는데 집중한단다. 그러면서 군락을 키우는데 말벌이 쌍살벌을 먹이로 좋아한다고 해. 쌍살벌 집으로 쳐들어가면 아주 많은 먹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래. 그리고는 집단 몰살을 시킨다고 해. 이것 또한 자연의 생리야. 자연의 순환 속에서는 감정이 들어가지 않아. 인간의 감정으로는 악당 벌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벌레는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자연의 톱니바퀴를 돌리는데 일정한 몫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단다.
다만, 인간이 숲에 산책길을 만들고 별장을 만들며 곤충들의 세계를 몰살시킨단다. 썩은 나무 한그루에 얼마나 많은 곤충들이 사는지 이해한다면 그렇게 쉽게 나무를 치워버리지 못할 거야. 인간의 발길이 닿는 곳은 생명이 모두 전멸되는 것보다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니? 이건 너희들의 몫이야....
2017.04.03.21:54.... 민서는 장수풍뎅이에게 말을 걸고 있고 명서는 자기 방에 조용히(?) 있을 때~~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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