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바이오필리아
글: 에드워드 윌슨
번역: 안소연
독서기간: 2018.05.16~2018.05.24
민서, 명서야~~ 오늘은 인간의 마음과 유전자가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학설인 《바이오필리아》를 읽기 시작했어. 전에도 말했지만 인간은 자연의 품에 안겨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단다. 이것은 인간의 진화가 기술의 속도보다 너무 느려서 구석기시대의 편안함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아빠도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려는 마음의 본능이 인간의 본모습이라고 믿고 싶단다.
수리남의 베른하르츠도르프에서 윌슨은 야생의 기질을 잃고 우리 안의 얌전한 페커리를 보고 마음이 거북해졌어. 이 페커리는 해부학적으로 완벽한 표본이지만 이 페커리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숲 속 생물의 밸런스가 한 종이라도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종에 영향을 미치며 급속도로 생물의 다양성이 축소될 수 있어. 이 책에 나오는 세 발가락 나무늘보 이야기만 보아도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거야. 윌슨은 인류가 자연과는 정반대인 기계를 향해 더 빨리 달려가면서, 자연을 유지하려는 정신의 자연스러운 욕구가 무시되었다고 했어.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지. 그래서 우리 내면의 목소리는, 우리가 너무 멀리 나갔고, 세계를 어지럽혔으며, 자연을 통제하려고 하다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고 중얼거린다고 했어. 현재, 인간은 멈출 줄을 모른단다. 우리의 살을 깎아먹는지도 모른 채 인간은 생명의 줄을 갉아먹으려 다가가고 있어. 다음의 글에서 흙 한 줌에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느낄 수 있단다.
'서로 붙어 있는 알갱이들을 핀셋으로 잡아떼어내면, 부식토의 썩은 틈 주위로 종자식물의 잔뿌리가 엉켜서 돌돌 말려 있고, 아마 배 모양의 꼬투리 같은 조금 큰 물체도 있을 것이다. 십중팔구 그 속에는 세계를 밀리미터 단위로 보고 이 흙 표본을 횡단하는 동물들도 몇 마리 있을 것이다. 이런 동물에는 개미, 거미, 톡토기, 날개 응애류, 애 지렁이류, 노래기 등이 있다. 해부 현미경의 배율을 맞추면, 선형동물도 보인다. 이 흙 표본은 부식 동물과 엄니가 난 포식 동물이 서식하는 세계이다. 이 손바닥만 한 소우주는 거대하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거나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세계 속의 엄청난 생물 다양성과 개체수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 흙과 잎 부스러기로 된 세계를 복합 광학 현미경으로 확대하고, 주사 전자 현미경 사진을 찍어 보면, 죽은 잎의 작은 조각은 산맥과 협곡이 되고, 흙의 입자는 돌 더미가 된다. 잔뿌리 사이에 맺힌 물 한 방울은 지하 호수가 되며, 물방울 주위에 있는 습한 부식토는 3차원의 습지가 된다. 생태적 지위는 1밀리미터 수준에서 바뀌는 화학 작용, 빛, 온도의 미묘한 차이와 지형에 따라 정해진다. 이 흙 표본은 하나의 완전한 세계인 것이다.'
어떠니 민서, 명서야...이 한 줌의 흙속에 이런 세계가 있는 것을 몰랐겠지. 아빠도 이런 흙 한 줌이 있기에 우리 인간도 잘 살아갈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윌슨은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북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아마존 숲에 위치한 세계 야생 생물 기금의 '생태계 최소 규모 프로젝트'현장에서 잎꾼 개미를 발견한단다. 이 잎꾼개미는 일꾼개미들이 나뭇잎을 구하러 가고 병정개미는 적을 찢어 죽이고, 또 파리가 일꾼개미의 몸 안에 알을 낳지 못하도록 일꾼개미 위의 작은 개미가 올라타 있기도 해. 나뭇잎을 가지고 개미 집안에서는 타액을 섞어서 버섯을 기르고 이 버섯이 이들의 주식이란다. 이렇게 식물을 기르는 능력은 이들이 오랜 진화를 거듭하면서 발견한 생존방법이야. 이들은 지도자가 없고 각 개미의 뇌 속에서 적합한 행동을 하며 집단의 균형을 이룬단다. 이런 사회성 곤충을 초유기체라 한단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인간은 이런 초유기체 사회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어쩌면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결국,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1859년 《종의 기원》이 출판되고 이를 읽은 루이스 아가시는 진화론을 부정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존경받는 생물학자였어. 학계에는 언제나 두 부류의 과학자, 두 부류의 자연 철학자가 있어왔어. 과학은 새로운 형태의 설명과 이해가 뒷받침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제한 주의자'와 어떠한 내재적인 제한도 인정하지 않는 확대 주의자가 있어. 세상은 이렇게 늘 반대편과 부딪히면서 발전되어 왔어. 그러니 반대자가 없었다면 세상은 이만큼까지 발전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 민서, 명서는 너희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주장을 설득하려 노력하는 대신에 사람은 미워하지 마렴. 비록 그들이 너희들의 주장에 반대할지라도 너희들을 성숙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니 말이야.
윌슨은 뉴기니 본토의 북동부 해안에서 튀어나온 뿔 모양으로 풍화된 땅인 후온 반도에서 본 흰색 장식 풍조 수컷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라고 했어. 그래서 아빠가 인터넷에 검색했는데 흰색장식풍조 사진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풍조와 극락조의 사진을 보니 정말 아름다운 새더구나. 이런 새를 관찰하려는 과학자를 두고 인문주의자들은 과학이 자연을 훼손하고, 과학에는 예술적 감수성이 없다고 하지만, 과학과 인문학은 위에서 말한 두 부류의 과학자처럼, 과학이 앞으로 나아가면 인문학 또한 범위와 가능성이 확장될 거야. 과학 역시 인문학의 방향이 재설정될 때마다 인간 생물학에 새로운 차원을 더할 것이야.
시적인 종 인간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예술과 과학은 정반대 편에 서서 다른 길을 개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과학은 예술의 추상적인 마음의 세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 그래서 행동 과학론이라는 학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는구나.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이지. 예술과 비평도 과학의 방식으로 밝힌 마음과 자연 세계의 작용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 서로 다른 학문 분야가 격론 하는 주기는 끝날 것이라고 해. 예전에 읽었던 《생각의 탄생》이란 책에서 과학자들이 예술에도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어. 아인슈타인은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어. 어쩌면 과학과 예술이라는 장벽을 만든 우리 인간이 서로 넘어올 수 없는 마음의 경계선을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어.
윌슨은 뱀을 아주 좋아했나 봐.... 숲 속에 사는 40종의 뱀을 모두 잡았다고 하니까. 그 가운데 독사한테 물려서 큰일이 벌어질 뻔한 적도 있었어. 아마, 그 독사가 훗날 훌륭한 생물학자가 되어 생물 보호를 위해 앞장서 줄 것이란 것을 알고 해를 가하지 않은 듯하구나.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본능적으로 뱀을 두려워한단다. 아빠도 뱀에 대한 공포가 크단다. 그런데 이런 공포심이 우리 조상인 구석기인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해. 원숭이들도 뱀을 두려워하는데 뱀이 없는 지역의 원숭이들은 뱀을 보고도 아무런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이런 것들을 보면 뱀에 대한 공포심이 진화되어 우리의 유전자에 남아 있는 것 같아. 이런 공포심은 뱀을 인간의 문화에 굉장히 자주 등장시킨단다. 악마의 화신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어. 아빠도 나중에 공기 좋은 지방의 전원주택에서 여생을 보내려 하는데 뱀은 좀.... 음.... 무섭네..-_-;
그렇다면, 우리 마음속의 거주지는 어디일까? 이 책에서는 나중에 우주를 식민지로 삼아 생물들과 사람들을 이주시킬 계획이 있지만 윌슨은 인간이 그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는 있지만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하지. 그건 우리 주위의 예측할 수 없는 야생이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야. 어제 뉴스에서 중국에서 우주관과 똑같이 만들어서 중국인이 거의 1년을 생활하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를 보았어. 그런데 아빠 생각에는 그건 언제든지 자신을 도와줄 세상과 나가면 바로 볼 수 있는 자연이 옆에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지내기가 더욱 쉬웠을 거야. 만약 캄캄한 우주의 한 공간에 있다면 정신적인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힘들 거야. 우리가 거주지로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하는 곳이 사바나 지형이라고 해. 이런 마음은 앞으로 몇 백만 년이 지나야 우리의 진화 유전자가 바뀔 수 있을까, 우리의 세대에서는 절대 바뀔 수가 없어. 우리를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해 줄 수 있는 자연환경을 떠난다면 정신적으로 가혹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단다.
생명의 윤리에 관해서는 윤리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해. 미래의 100년을 위해서는 윤리적일 수 있지만 미래의 3천 년에는 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야. 숲을 파괴하고 경작지를 만든다면 100년을 위한 윤리가 통하지만 3천년 뒤 우리의 후손은 어리석은 조상에 대해서 곱씹을 테니.... 민서, 명서야.... 우리가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은 다른 생물과 다르게 우리는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이야. 하찮다고 생각되는 생물들이 없으면 우리 인간도 언젠가는 멸종하게 되어 있어. 돈이 없다고 숲을 파괴할 것이 아니라 숲을 이용하여 부자가 될 생각을 해야 해. 이제 생물의 다양성을 품은 숲은 희귀해져 가고 있고 우리가 채 알기도 전에 멸종되어 가는 종도 상당히 많아. 여러 생물들을 연구하여 경제성을 키우고 또한 관광산업을 육성한다면 분명히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정치적 위험만 없어진다면 말이야.
윌슨이 말하는 수리남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뒤 한국보다 국민 1인당 수입이 훨씬 높았지만 위에서 방금 말한 정치적 위험으로 나라는 피폐해지고 국민은 가난해졌어. 인간은 권력을 위해 자신 이외에는 모두 죽일 수 있는 잔인함이 있어. 그래서 언젠가 어느 누군가 핵전쟁의 스위치를 누른다면 인간은 구제받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나락으로 빠져 버릴 거야. 요즘 북한이 핵폐기를 하려는 움직임은 너무 반갑구나. 그런데 아빠는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도 핵을 가질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 그들이 핵을 가지고 있는 한 늘 살얼음판을 걷고 있을 테니까...
2018.05.24.20:56... 민서는 그림 그리고 명서는 일찍 잠든 후.... 자연의 품에서 안정감과 행복감을 너희들이 느끼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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