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
글: 김삼웅
독서기간: 2018.11.26~2018.11.31
민서, 명서야~~ 오늘은 책벌레에 관한 인물들과 일화들을 모은 책을 읽기 시작했단다. 아빠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 9년이 되어가는구나. 처음에는 회사에 자동차로 출근하다가 지하철로 통근하면서 무료하여 읽기 시작했단다. 안 그래도 그때 당시에 아빠가 너무 지식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지식을 쌓기 위해 독서를 시작했어.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지식이 아닌 생각하는 힘을 주는 것이 독서의 가장 강점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빠의 꿈은 언젠가 도시를 떠나 산수가 좋은 곳에서 조그맣게 밭을 갈고 책을 읽는 것이란다. 정말 그것이 신선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니...
책벌레를 '두어자(蠹魚子)'라 했어. 즉, 종이 벌레라는 뜻이야. 역사의 영웅들 중 다독가가 많았어. 얼마 전 읽은 나폴레옹도 어린 시절 책을 읽느라 밤을 새기도 했었지. 키케로는 "책이 없는 공허는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라고 했어. 인간 존재의 잣대는 읽은 책과 쓴 책이라고 했어.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의 몸과 명예, 가족까지도 모든 것은 존재를 잃어버리는 날이 온단다. 하지만 우리가 남긴 쓴 책은 영원한 존재로 남을 수도 있어.
오늘 읽은 부분 중 인상깊은 부분은 바로 스피노자에 관한 이야기야. 스피노자(1632~1677)가 박해를 받기 시작한 것은 종교 때문인데 이는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한 것을 협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 때문에 그는 일생 동안 독신으로 지내며 빈곤과 박해, 고독과 병고라는 네 가지 십자가를 지고 살았어. 그러나 결코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학문에 대한 정열도 식지 않았단다. 그는 편안한 삶을 살 기회가 많았지만 자신의 진리에 대한 협상을 거부하며 "나는 나의 책을 오직 진리 앞에만 바치겠다"면서 고난한 삶을 이어갔어. 우리나라로 치면 청렴결백한 고귀한 선비의 삶이랄까.... 존경심이 마구마구 솟아오르는구나.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두 번 씩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겼어. 한 번은 반역 죄인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 5분 전에 극적으로 살아났고, 두 번째는 원고를 출판할 돈이 없을 정도로 생활이 곤궁해져 네바강에 투신하려고 할 때 《가난한 사람들》을 읽고 달려온 베라스카에 의해 구원되었다고 해. 10년의 유배와 시베리아 옴스크에서의 징역살이, 고질인 간질병과 도박, 폐결핵 등 그의 삶은 고통의 역정이었어. 이런 그가 일기에 물만 마시며 사흘이 지났는데도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데 촛불을 주지 않아 불쾌하다고 했어. 배고픔보다는 밤에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없는 아픔을 호소한 거야. 이런 경험을 가진 그이기에 풍부한 좌절의 경험이 그의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내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어. 그러니 우리 민서, 명서도 좌절할 일이 생겨도 그 경험이 나중에 너희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렴.
책 읽는 사람은 얼굴이 다르다는 것은 20세까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얼굴로 살지만 20살이 넘어서면은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 간다는 거야. 아빠는 옷을 깔끔하게 입지 않는단다. 그 이유는 아빠가 책을 많이 읽고 인격을 갖추어 몸에 걸친 옷 보다 더 빛나고 싶기 때문이야. 옷을 화려하고 깔끔하게 입는다면, 아빠가 아직 훌륭한 인격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옷에 아빠의 인격이 묻힐 것 같아. 책을 좋아하는 조상들 중 남명 조식은 벼슬을 마다하고 산천재 서실에서 공부하며 제자를 길러냈다고 하는구나. 그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임진왜란 때 그의 많은 제자가 항일투쟁을 했다고 해.
책을 사랑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왕은 세종과 정조를 들 수가 있어. 세종은 즉위 초기에 집현전을 만들어 젊고 유능한 인재를 키우려 했고 독서당을 만들어 신하들이 그곳에서 몇 개월간 책만 읽도록 했어. 아빠의 꿈이 거기 있었네..ㅎㅎ. 정조 또한 눈이 나빠질 때까지 책을 읽었다고 해. 새벽닭이 울어서야 잠자리에 들곤 했다는구나. 아빠는 정조대왕을 아주 좋아한단다. 서민들의 가련한 생활상에 굉장히 마음 아파한 군주이기 때문이야. 이런 왕이 있다면, 그를 위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바칠 거야.
정조의 호문 정책은 학문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어. 서얼 출신이지만 규장각 검서관인 이덕무, 박제가는 신분제의 억울함으로 중앙 정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정조는 이들을 알아보았고 자신의 재주를 펼치게 도와주었단다. 정조시대의 문인들은 체재공, 이가환, 정약용, 이서구 등도 당대의 뛰어난 문인들이었어. 이 중 이덕무는 도문일치(道文一致)를 주창했는데, 이는 글 쓰는 사람의 행위와 글의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야. 아빠도 이 말에 무척이나 공감한단다. 하지만 이것이 쉬운 것은 아니야. 말이나 글은 쓰기 쉬워도 행동하기는 무척 어렵거든. 이렇게 행동하는 글은 읽은 이들이 알아볼 수 있을 듯하구나.
아빠는 서경덕의 시 '독서'가 좋구나. 시와 같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욕심을 버리고 살 날을 기다리고 있단다. 시를 한 번 읽어 보렴.
글을 읽을 때는 큰 뜻을 품었는데
늘그막엔 도리어 안빈낙도 달게 여기는도다
부귀는 다툼이 있어 손쓰기 어렵고
자연은 급함이 없어 심신 편안케 하도다
나물 캐고 고기 낚아 배를 채우고
음풍농월로 정신 맑게 하도다
학문으로 의혹 없애니 즐거움 알겠고
백 년 인생 허송하는 데서 벗어나게 하였도다
고대 중국문학의 성과를 총괄하여 처음으로 순수 문예 총집 《문선》이란 책을 펴낸 사람은 소명태자야. 양나라 무제의 아들로 태어나서 궁중에 3만 권의 책을 수집해 놓고 왕도보다 문도의 길을 택한 보기 드문 인물이라고 해. 이 소명태자가 글쓰기는 문질빈빈(文質斌斌)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진정한 문학이 될 수 있다고 했어. 문질빈빈이란 외양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미가 서로 잘 어울린 모양이니 우리네 인생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지향점이야. 이 책에서 반가운 또 한 사람이 나와.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야. 자연을 담아낸 최고의 산문 《월든》뿐만 아니라 《야생 사과》, 《콩고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 일주일》을 썼고 인권운동가이고 노예 해방론자를 나타낸 《시민 불복종》도 유명한 책이야. 아빠도 책을 읽으며 이 책처럼 자연을, 위에서 말한 문질빈빈 하게 나타낸 책을 읽어보지 못했어. 과장하는 것도 아닌 자연의 실체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은 아빠의 눈물을 자극했단다.
이 책에는 충격적인 사대주의 글을 쓴 선비들이 나오는데 그들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그들은 최치원, 정몽주, 최만리, 이황, 이율곡, 황사영 등이야. 특히, 율곡의 중국에 멀리 떨어져 있는 송사리 같은 사람으로 비하한 것은 충격이야. 하지만,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선비들도 물론 있었어. 그들은 박지원, 허균, 정약용이 있지. 아빠 생각에는 물론 시대적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겠지만,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한 선비들은 지금보다 더욱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두어자(책벌레)들의 독서에 관한 생각과 방법에 대해 읽어보았어. 민서, 명서는 마음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니? 아빠는 서경덕과 같이 산골에 들어가서 멋진 자연을 벗 삼아 책을 읽을 날들을 상상해 본단다. 사람마다 행복감을 주는 요소가 틀리니 아빠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단다. 하지만, 아빠가 특이한 것이 아니야. 아빠 자신에 대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그리고 진리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망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많이 생기는구나^^
2018.12.01.09:51... 우리 가족 아침식사 전.... 12월 첫날에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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