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여행의 이유
글: 김영하
독서기간: 2019.05.26~2019.05.29
민서, 명서야~ 오늘은 TV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알게 된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기 시작했어. 사실 TV프로그램에서 보기 전에 구민회관에서 독서에 관한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어. 그때 아빠가 무척 피곤하여 좀 졸아서 김영하 작가의 이미지를 아빠의 머릿속에 새기질 못했었지. 그런데 이렇게 여행에 목말라 있던 아빠에게 여행의 이유를 알려준다고 하니, 아빠는 나중에 여행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 명확한 이유를 아빠의 뇌에 세뇌시켜 놓아야 하지 않겠니? ㅎㅎ
먼저, 이 책을 읽기 전에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고 읽는 편이 이 책을 이해하고 더 흡수가 잘 될 것 같아. 우리 민서, 명서는 여행을 가는 이유가 뭐니? 아빠는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여행을 가서 낯선 곳을 가는 것이 싫었어. 하지만, 여행의 묘미를 알고 나서는 낯선 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신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았지. 여행은 그저 리조트에 가서 수영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있지 않아. 여행은 낯선 곳을 다니며 현지의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 음식을 맛보며 그 지역의 문화를 느끼는 거야. 우리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이 세상에 많이 존재하는지 그들은 왜 이런 문화를 갖추고 있는지 한번쯤은 내 짧은 지식을 이용하여 내 방식대로 생각해 보는 거야.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뇌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며 앎과 느낌의 경계를 넓혀 준단다.
1. 추방과 멀미
2005년 12월 작가는 상하이에서 한 달동안 글을 쓸 요량으로 푸둥공항에 도착했지만, 비자를 미리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추방을 당했던 기억이 있어.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관계를 맺은 나라에 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지. 그리고 이미 구매한 왕복 항공권도 사용하지 못하고 비싼 편도 항공권을 구매하여 한국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며 글을 썼다는구나. 작가는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읽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 즉, 여행의 본질은 '추구의 플롯'에서 외면적 목표를 성취하는 것보다 자신도 잘 모르는 채 추구하는 내면적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라고 했어. 이 '뜻밖의 사실'이 여행의 본질이라고 아빠도 생각해. 아빠도 1999년 여름에 유럽여행을 하며 암스테르담에서 가방을 도둑맞아서 앞으로 찾아갈 유럽 친구들의 전화번호 및 주소가 적힌 수첩을 잃어버려 망연자실했지. 이미 집을 떠나온 지 8개월가량 되어서 마음이 너무 지쳤어. 그리고 항공권 날짜를 앞당겨 유럽여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하지만, 언제 여기를 다시 올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지속했던 기억이 나는구나. 아빠의 유럽여행 목표는 뚜렷하지 않았고 그저 여기저기 유람하는 것이었어. 생각지도 못한 내면적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10개월을 집을 떠나 있으면서 계획된 목표아래 겪은 무수한 고난을 거치며 아빠의 마음이 단련되며 여행의 끝에서, 아빠는 이 세상에 그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어. 특히, 여행을 혼자 하면, 시간과 장소, 돈 모든 것을 혼자 통제하기 때문에 아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 자발적이지 않은 고독도 삶에 대해 무수히 생각하게 된단다. 우리 민서, 명서도 여행의 본질을 깨닫길 바라.
2.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이 소제목은 무엇을 뜻하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어. 작가는 '나는 호텔이 좋다.'로 글을 시작한단다. 우리가 편안히 여기고 안식처인 집은 우리의 기쁨을 품고 있지만 우리의 상처 또한 품고 있어. 이런 곳을 떠나 그저 왔다 떠나는 여행자로 받아들이는 호텔이 좋다는 거야. 즉, 집이 아니기 때문이야.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한 자유로움은 새로운 기분을 들게 할거야.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쳐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지. 아빠도 하루하루를 삶의 여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그런 기분을 잃고 사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처리해야 할 많은 일들을 매일 고민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며 위안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은 이런 일상에서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아. 우리 삶이 농축되어 있는 이 익숙한 것들로부터 말이야. 늘 어려움에 맞서라고 들었지만, 이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때론, 속도를 조절하며 가끔은 멈추거나 후퇴하는 것에 마음 상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떠난단다.
3. 오직 현재
작가는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했어.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하고...'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는 말은 과거의 여행을 현재에 떠올리며 그에 대한 영감을 얻기 때문일거야. 우리는 늘 과거의 일과 미래의 일을 현재로 끌어들인다고 작가는 말하지. 그렇지.... 우리는 늘 지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하지. 그렇다면, 우리는 '오직 현재'를 살아갈 뿐이라고...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간다면, 그 시간들이 쌓여 우리의 후회 없는 시간들을 만들어 주겠지...
4.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어. 지구상의 생물중에 불특정 장소로 끝없이 이동해 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어. TV나 비디오플레이어가 대중화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것들이 영화관을 대체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영화관을 찾는 관객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구글은 전 세계 유명 미술관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우리는 떠나고 거기 있고 싶어 하고 직접 내 몸으로 느끼고 싶어 하지.세계관광기구 통계에 따르면 1995년에 전 세계적으로 5억 2천만 명이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났으나 2016년에는 12억 4천만명으로 두 배가 넘게 늘어났어. 인류는 여행을 포기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많이 이동하고자 한다는 것을 통계는 보여주고 있어. 민서나 명서나 아빠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우리 민서도 명서도 언젠가는 아빠, 엄마를 떠나 독립을 하고 또 떠날 준비와 떠나보낼 준비를 하겠지...
5. 알아두변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김영하 작가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tvN에서 방영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하면서부터야. 아빠도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출연자들의 박학다식에 놀라고 또 그들의 관점을 듣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 재미있게 보았어.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5명 정도가 한 도시 안의 각각 다른 장소를 가고 난 뒤 저녁에 모여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그런데 나중에 편집된 방송을 보면 타자의 입장에서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다고 해. 자신은 최소한의 시간만 여행지에 머물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둘러보게 하는 비여행은 여행지의 디테일에 함몰되지 않고 총체적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 그리고 에두아르 글리상이라는 작가가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아내인 실비 세마를 이스터섬에 보내 아내가 찍어온 사진과 메모, 인상, 동영상 등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 즉 믿을 만한 정보원을 시켜 여행을 대신하게 하는 것을 탈여행이라고 한다는구나. 이는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라고 해. 아빠도 여행 관련 책이나 블로그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니, 이것도 비여행이라고 볼 수 있겠구나.
6.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가 쓴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 나오는 주인공 슐레밀은 악마에게 무엇이든 마음대로 꺼낼 수 있는 '행운의 자루'를 받는 대신 그림자를 팔아. 그러나 사람들은 슐레밀이 그림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를 외면하지. 결국, 장터에서 우연히 낡은 장화를 하나 사게 되는데 이 장화는 순식간에 이동시켜 주는 마법의 장화임이 밝혀졌어. 그리고 그는 세계를 떠돌며 살았어. 여행자, 탐험가, 방랑자로 살아가는 이들은 그림자를 잃어버렸기 때문일까? 자의가 아닌 타의로 여행자가 되는 이들도 있지. 나치 하의 유대인이나 1960년대 이전 미국 남부의 흑인들은 주위의 환대가 없었기 때문에 추방되어 방랑자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가졌어. 아빠는 떠돌아다니는 삶을 원하지는 않지만, 되도록 아빠가 가보지 못한 곳을 두루 다녀보고 싶어. 그림자를 팔아 어쩔 수 없이 방랑자가 된 사람들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 있단다. 한 곳에 정착하거나 여행하기 위해서는 현지 사람들의 환대와 관심이 있어야 한단다.
7.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1968년 12월 아폴로 8호는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네 바퀴째를 돌고 있을 때, 자신들이 떠나온 행성이 달 표면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것을 인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냈어. 우주의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떠 있는 작고 외로운 푸른 구슬에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뉴욕타임스에 '저 끝없는 고요 속에 떠 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어. 승객은 영원히 머물지 않기 때문에 이 작은 푸른 구슬 속에서 서로가 형제라고 부연했어. 우리 모두는 여행자이고 아기로 태어나 주위의 환대와 신뢰가 없었다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했지. 아빠도 낯선 여행지에서 나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낯선 사람들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았어. 우리가 나쁜 일을 당했다고 우리 지역에 여행 온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하면 안 되겠지? 인류애를 생각하며, 아빠가 받았던 그 도움을 다른 낯선 이에게 베푼다면 아빠도 기분이 좋고 또 그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베풀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것은 꼭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 식물에게도 마찬가지야.^^
8. 노바디의 여행
아빠가 여행을 하면서 유명한 관광지에 갔을 때는 노바디였어. 즉, 현지 사람들이나 수많은 관광객이 아빠를 의식하지 않았어.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오디세우스처럼 썸바디가 되려 한다면 많은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어. 여행은 노바디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감옥처럼 느껴져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 말이야. 남의 땅에서 우리는 자세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인다면 현지인들의 환대와 신뢰를 얻을 수 있지만, 환대를 받으려 자신을 과시하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어. 아빠가 개인적으로 관광지가 아닌 곳에 갔을 때 아빠는 더욱 썸바디가 되었고 과분한 도움도 받았던 기억이 나는구나. 때론, 아빠에게 씌워진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것 같구나. 가끔 아빠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심이 많이 들고 있단다.
9. 여행으로 돌아가다
아빠가 보기에 김영하 작가는 무척이나 여행을 많이 다녔고, 또한 어린 시절의 잦은 전학으로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법을 경험하지 못했을 거야. 바로 여행자의 삶 말이야. 소설과 마찬가지로 여행은 일상의 필요 없는 일들이 제거되고 핵심 내용에만 집중하게 된단다. 우리가 왜 여행을 갈망하는지에 대한 다음 글을 읽어보렴.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먼저, 아빠는 김영하 작가의 책을 처음 보는데 글은 읽기 쉽게 써졌으나 문장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단다. 쉽게 읽히면서 글의 품격이 높은 책. 아빠는 이런 책이 좋아. 여행! 여행은 아빠가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삶의 용기를 가지게 해 주었어. 물론, 지금은 삶에 치여 여행을 거의 다니지 못하고 있지만, 아빠 인생의 최종 목표 중 하나가 여행이고 그 희망을 품고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단다. 사람들은 여행하면서 겪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시간과 돈을 사용한단다. 그 고통은 우리 일상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많은 고통과 많이 다른가? 아니, 어쩌면 여행 중의 작은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 아빠는 생각해. 결국, 여행의 고통뒤에 정신의 정화를 느끼지만, 아빠는 일상 속의 고통뒤에 오는 것 또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 살아가는 것도 여행이라고 생각해 볼 때 일상의 고통도 여행 중의 고통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2019.05.29.19:30.... 민서, 명서는 요괴워치 섀도사이드를 보고 있을 때.... 함께 여행하며 함께 생각하고픈 너희들을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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