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현산어보를 찾아서 5 - 거인이 잠든 곳
글: 이태원
독서기간: 2022.05.04~2022.05.12
5월 9일(월)
민서, 명서야~~ 《현산어보를 찾아서》의 마지막 5권을 읽기 시작했어. 마지막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고 읽기가 싫었어. 이유는 왠지 이 책과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어.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단다.
《월든》을 완독하고 나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헤어지기 싫었던 것처럼 비운의 삶을 객지에서 마감한 정약전과의 끝을 보고 싶지 않아.
저자는 도초도에서 흑산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려 했으나 폭풍으로 시간을 도초도에서 보냈어. 산책을 하며 가무락조개, 가리맛조개, 왼쪽 집게발이 큰 농게의 군무까지 직업 정신을 발휘했어. 직업이 곧 취미인 일, 얼마나 아름답니.
고래에 관한 글을 보며 흑산도가 고래, 특히 귀신고래의 회유지로 세계에서 이름이 날 뻔했지만 고래를 너무 많이 잡아서 지금은 희귀종이 된 것이 안타까웠어. 우리 인간은 본능인 이기심으로 지금까지 생물들을 마구 이용한 결과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생물의 다양성은 감소되었어. 지금이라도 빨리 깨닫고 생물들을 보호하며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하는데 걱정이구나. 저자가 말한 인간에게 친근함을 보인 귀신고래를 보기 위해 흑산도로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아온다면 국익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을까?
아빠도 읽었던 허먼 멜빌의 《백경》은 향유고래와 사투를 벌인 일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이 실화를 배경으로 쓴 것이라니 놀랍구나. 그 향유고래의 이름은 모비딕인데 실재했다고 하니 고래들이 아주 영리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어. 고래를 잡는 무기의 발달로부터 고래는 그야말로 씨가 마르기 시작했고 이런 수난으로 인해 지금은 개체수가 상당히 줄어들어서 세계에서 포경업을 금지하고 있어. 그런데도 일본은 연구를 핑계로 계속 포경업을 하며 고래를 학살하고 있으니 참 못된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민서랑 명서는 작년에 갔던 동해 묵호항에서 갈매기를 가까이서 보았지? 그 갈매기는 괭이갈매기야. 갈매기란 이름에는 매처럼 사납다고 해서 '매'란 단어가 이름에 들어갔다고 하는구나. 정약전은 갈매기 유조가 성체랑 다른데 혼동해서 유조를 갈매기의 다른 한 종으로 분류했나 봐.
5월 10일(화)
저자는 흑산도 진리에 있는 서낭당에서 잤던 밤을 기억하며 귀신을 불러들인다는 초령목의 짙은 향기를 맡으려 했지만 이미 고사되어 있었어.
흑산도를 다시 찾아 복성재에 올랐지만 처참하게 폐가로 변해 있었어. 마을 주민에 따르면 예산 부족을 들먹이며 보존을 미뤘다는 거야. 무엇을 가장 먼저 보존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를 한답시고 표에 따라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목포 성당의 프랑스인 드애 신부는 사목보고서에서 정약전이 신앙생활을 지속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고 기록했어. 그는 신앙을 가진 것일까, 아니면 서학에 대한 관심이었을까?
백합은 정말 맛이 좋다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구나. 대신 현재 백합으로 알고 먹는 것은 말백합이라고 해. 다양한 조개에 대해 나오는데 맛이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 있다니 신기하구나.
뱅어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뱅어회가 참 맛깔나게 보이네. 하지만 뱅어포에는 뱅어가 없고 실치로 만든 것이라고 해. 옛날에 인신매매가 성행하던 시절 멍텅구리 배에 잡아온 사람을 협박과 구타로 일을 시켰다고 하는데 노예와 같이 부렸다고 해. 그 시기에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은 아빠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벌어졌으니 참 무서운 시기였어.
새우는 엄마가 너무 좋아한단다. 대하를 구우면 엄마가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먹는 것을 봤어. 도저히 못 먹을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ㅎㅎ 예전에 겨울철에 속초에 가서 생새우를 회로 먹곤 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지.
5월 11일(수)
최익현은 일본의 강화도조약 요구 시, 도끼를 가지고 경복궁에 가서 상소를 올린 후 흑산도로 유배를 갔어. 그는 척화론자로 오직 성리학과 중국의 명을 대신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모든 서양 기술을 배척했지. 이렇게 하면 나라가 잘 살 수 있을까? 남들은 과외받고 특훈을 하며 실력을 키우는데 우리는 우리끼리 잘 지내면 되지, 하고 있으면 잘 살아질까?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까운 시기에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을 한 거야.
흑산도하면 홍어가 아주 유명해. 다른 곳에서 나는 홍어보다 더 맛있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홍어랑 가오리랑 구분이 잘 가지 않았는데 홍어는 마름모꼴이고 가오리는 5 각형의 몸체에 꼬리에 독침이 있어.
홍어를 삭히고 회로 먹는데 아빠도 몇 번 먹어보았는데 톡 쏘는 그 맛이 처음에는 충격적이었다가 차츰 적응이 되며 자꾸 먹게 되더라고. 가오리 종류 중 쥐가오리는 몸길이 6미터에 몸무게가 1.5톤까지 나가고 배를 끌고 다닐 정도로 힘이 세다고 하는구나. TV에서 본 기억이 나.
정약전을 도와 《현산어보》를 만든 장창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저자는 대둔도 오리로 들어가 장복연 씨를 찾아갔어. 그가 인동 장 씨 족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야. 두근거리는 가슴을 숨기며 족보를 찾아보았는데 글쎄 장창대는 장복연 씨의 할아버지 동생의 손자였던 거야. 그리고 그의 무덤도 그곳에 있었어.
저자는 간신히 장창대의 무덤을 찾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무덤만이 그를 바라보았어. 어쩌면 내로라할 천재가 되었을 텐데 외딴섬에서 죽어간 그를 보며 저자는 씁쓸함과 우울함을 느꼈을 거야. 그의 자(字)는 덕보인데 이는 홍대용과 같다고 하는구나.
홍대용도 실학사상을 깊이 연구하여 시대에 맞지 않는 파격적인 개혁 정책들을 주장했어. 홍대용과 마찬가지로 정약용도 과거 공부는 실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어.
'천하의 총명하고 슬기로운 자들을 모조리 끌어 모아 과거라는 절구 속에 일률적으로 집어넣고는 본인의 개성은 아랑곳없이 마구 짓이겨 한 덩어리로 만들어버리니 이 어찌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5월 12일(목)
사람을 삼키는 새의 후보로는 흰꼬리수리가 있지만 그래도 사람을 삼키지는 못하겠지. 이 흰꼬리수리는 멸종위기종으로 세계에 천 마리도 남지 않았다고 해. 장복연 씨는 이 흰꼬리수리를 전에 보았지만 지금은 보지 못했다고 하니 아직 자연환경이 잘 보존됐다고 생각되는 대둔도에서도 이 새는 떠나가 버렸구나. 인간이 느끼지 못하지만 작은 변화에도 자연은 반응한단다.
저자는 남양주의 정약전, 정약용 생가를 찾아 그들의 숨결을 느껴보려 했고 정약용이 여유당이라 이름 지은 생가가 있는데 이 뜻은 "여유라는 것은 동물의 이름입니다. 여는 의심이 많은 동물이고 유는 겁이 많은 동물이니 여유당이란 만사에 조심해가면서 살아가겠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겠지요."
드디어 정약전의 묘소를 찾는 과정에서 흑산에서 고인이 되었지만 묘소를 충주 하담으로 옮겼고 다시 남양주 천진암으로 이장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 시대의 벽에 막힌 천재는 찾기 힘든 위치에 잠들어 있었어. 7년 동안 정약전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를 했던 저자는 그의 묘소를 보며 많은 감정이 솟아났으리라 생각된단다. 알면 알수록 그 감정의 골은 깊어지니까.
시대의 굴레에 갇혀있던 또 다른 천재 정약용은 이제 무엇을 할 동기가 생겨나지 않고 자신을 오직 알아주었던 정약전이 죽자 이제 자신을 부인이, 자식이 알아줄 수 있을까 하며 한탄하지.
수많은 인재가 시대의 때가 맞지 않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아. 지금이라도 여러 천재들이 시대의 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나라의 지원이 절실하단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 명의 천재가 세상을 바꾼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오늘 마지막 권을 읽으며 많이 아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그 이상의 감정이 드네. 정약전의 묘소가 우리 집과 멀지 않으니 언젠가 시간이 될 때 가서 아빠가 느낀 감정을 정약전의 영혼에라도 전해주고 싶구나.
2022.05.13(금). 00:09... 민서는 내일 현장학습을 롯데월드로 간다고 좋아하고 명서도 자신이 원하는 배라 포켓몬스터 피규어를 가졌다고 좋아하며 잠들려 하고 있을 때... 우리 민서, 명서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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