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456. 흑산

삶의 기쁨 독서 이야기

by Jinnyboy 2022. 5. 24. 20:47

본문

 

제목: 흑산

글: 김훈

독서기간: 2022.05.21~2022.05.27

 

5월 24일(화)

민서, 명서야~~ 오늘은 《현산어보》와도 관련된 소설을 읽기 시작했어.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정약전에 관한 이야기야.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가 살을 붙여서 이야기로 엮었단다. 조선 시대의 사회 실상을 알 수 있어 시대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도 돼.

 

이야기는 정약전이 유배길을 오르며 시작되지만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고 있어. 그 전에 아빠는 정약종은 그렇다 쳐도 정약용과 정약전은 서학 외에 정말 종교로서 천주교를 대했는지 의문이 들었어. 왜냐하면 정약전과 정약용은 실학을 기반으로 백성들의 삶이 먹고사는 기본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했어. 그러다 보니 서학이라는 실용적인 학문을 접하게 되고 서학은 천주교와 한 범주로 구분이 되어서 따로 분리해서 배울 수 없었을 거야. 

 

책에서 나오는 백성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생활이야. 관리들은 백성들의 혈세를 쥐어짜고 백성들은 오호작통법으로 남는 자들마저 생명을 부지하기 힘들었어. 우리가 그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견딜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아빠는 가끔 현재 누리는 삶이 불안하기도 해. 

 

정약전과 약용을 시기하는 무리들에 의해 서학은 이단으로 취급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슬로 사라지게 되었어. 관아에서는 그냥 죽이지 않고 살아날 수 있는 가느다란 구멍을 남겼어. 다른 사람을 고발하는 거야. 모진 고문에 불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

 

험난한 바다를 뚫고 고향인 마재와 가장 먼 곳으로 유배를 떠난 정약전은 집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어. 그나마 창대를 만나고 그가 보여준 참게에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겠지. 너희들에게 고향이란 개념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릴 적 뛰어놀던 그 장소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아. 그리울 뿐이지...

 

5월 25일(수)

정약전은 흑산도에서의 고기잡이 인생은 가혹하다고 생각했을거야. 바다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의 영혼이 하얀 바다로부터 바람을 타고 육지로 온다고 사람들은 생각했어. 생명을 담보로 고기잡이에 나서면 흑산진 수군 별장 오칠구가 가타부타 세금으로 상당량을 떼어감에도 가련한 어부들은 그 질척한 생활을 이어가야 했으니, 정약전이 보기에 조선은 얼마나 모순 덩어리로 뭉쳐있는지 알았을 거야. 그런데 문제 해결의 열쇠인 서학을 금지하다니...

 

한편 박차돌도 포도청의 사주를 받고 간자가 되어 천주교인들을 정탐하며 일망타진하려 미끼를 계속 던지고 있었어. 그는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를 보아야 하는지 양심의 가책을 애써 외면했을 거야. 이런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아빠도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실 자신이 없어. 나를 위해서 남을 해치는 일을 정말 싫어하지만 매질의 고통으로 정약전과 약용 둘이 배교를 한 것을 보면 순교한 분들은 자신의 신념으로 버텼구나.

박차돌은 동생 박한녀가 천주교인이고 지역 책임자로 잡혔을 때도 자신이 연좌제로 걸려들지 않을까 걱정했어. 

인간의 이런 차이는 너무나 달라서 놀랍기도 하단다. 같은 인간 종에 있는데 이런 모습은 각각의 문화와 개인의 신념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결과겠지.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모든 것을 단념하고 '여기서 살자. 여기서 사는 수밖에 없다......' 라고 한 이 말속에 담긴 그의 사무친 감정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5월 26일(목)

박한녀가 잡히고 자신이 오빠라는 것이 들통날 것이 두려운 박차돌은 곤장을 치는 자에게 큰 돈을 주고 동생이 입을 못 열고 빨리 죽게 모의한단다. 

'박차돌은 취해서 돌아갔다. 캄캄한 박석고개를 넘어가면서 박차돌은 어차피 죽을 년...... 을 거듭 중얼거렸다.'

인간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르고는 늘 자신을 세뇌시키지. 벌인 일을 합리화해야 마음이 편하니까. 그러나 그런 일들은 평생을 자신의 뇌 깊이 각인이 되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가슴을 찌릿하게 파고들어.

 

문풍세는 흑산의 죄인들을 몰래 배에 태워 육지로 데리고 가지만 그 목적은 무엇일까? 그저 인간에 대한 동정심이란 생각이 들어. 황사영도 제천의 배론으로 들어가서 토굴에서 지냈어. 그에게 종교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 종교로 목숨을 잃었을까? 동료가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면서도 끝내 그 종교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도대체 신뢰의 깊이는 어디까지인지... 

문풍세와 황사영은 다른 일을 했지만 비슷한 부류라는 생각이 들어. 다만 박차돌은 천주교인으로 위장한 채 염탐을 하며 천주교인 뿌리를 뽑으려 정보를 캐고 다니지만 그도 아리를 보고 동생을 생각하며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에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하겠지.

 

5월 27일(금)

마노리가 북경의 천주교당에서 받아온 은화 40냥은 없던 미래를 꿈꾸게 했어. 길 위에 주막을 내어 먹고사는 소박한 꿈. 마노리는 게오르규의 《25시》에 나오는 요한 모리츠와 겹치는구나. 그 순박함 말이야.

 

황사영은 토굴 속에서 수많은 큰 배가 푸른 연기를 내뿜고 구릿빛 대포를 장착한 채 조선으로 다가오는 환영을 자주 보게 돼. 조정에서도 그렇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며 결국 조선이 망국으로 치닫게 했어. 그는 왜 그런 환영을 보려 했을까? 대포를 끼고 오는 그 배안에 진정 천주님이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때론 순진한 생각이 일을 크게 그르치게 만드는 경우가 있어. 아빠도 좀 이런 부류에 -_-;

 

마노리의 은화 1냥을 화대로 지불한 것이 결국 강사녀부터 황사영까지 대물들을 줄줄이 엮어 뿌리가 뽑혔어. 그들은 후회는 없고 산 자나 죽은 자나 모두 같다고 생각했어. 그들은 목이 잘린 후 베드로를 만났을까?

 

아빠가 어릴 적 절두산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1만명 가량이 천주교라는 종료로 목숨을 잃었어. 그 영혼들 모두가 기쁨을 가득 안고 이승과는 다른 세계에서 한동안 행복을 누렸으리라 생각이 드는구나. 

 

한편 정약전은 흑산에서 살아야 함이 의무라는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고 순매와 함께 살아가지. 고향 마재를 얼마나 많이 떠올렸을 것이며 또 가족들이 눈앞에 얼마나 어른거렸을까... 그런데 인간은 또 그렇게 살아지는구나.

 

드디어 최재천 선생님의 《통섭의 식탁》에서 보인 책들을 거의 읽었구나.(구할 수 없는 몇 권의 책을 제외하고)

아주 긴 시간이었지만 아빠가 전혀 접할 수 없었던 세계를 보아서 오랜 여행을 마친 듯이 아쉬움이 남는구나. 통섭은 시대의 화두이고 여러 방면의 책을 두루 읽어서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 창조란다. 우리 민서, 명서도 천천히 해보렴~

 

2022.05.27.(금). 20:51... 아빠 퇴근하니 엄마, 민서, 명서 모두 잠들어 있을 때... 늘 늦게 자는 세 명, 문제로구나~~.... 늘 먼저 자는(출근 때문에) ㅎ, 사랑하는 아빠가~~

 

 

 

관련글 더보기